다시봄날편지191

2023.10.26 안준철 <목숨을 건 꽃들> <연꽃과 아내>

by 박모니카

스물스물 밤안개가 피어오른 은파. 오랜만에 찾았는데 새로운 길이 있더군요. ’황토길‘, 요즘 맨발걷기가 유행인데요, 황토위에서 걷는 것이 몸에 좋다고, 전국 여러곳에서 황토로 산책길을 만들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길과는 좀 질감이 다른 황토길. 그래도 군산 누군가의 기부에 의해 시민을 위해서 만들었다 하니, 이용자가 많으면 좋겠지요. 좀 더 걷다보니 아름다운 사진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어요. 한국과 중국 작가들의 사진들. 풍경, 인물 등.. 사진들이 걸려 있었지만 밤이라서 그럴까요, 쳐다보는 사람들이 없더군요. 눈이 나쁜 저는 횡재 맞은 듯 관람하면서 사진의 표정들에게서 위로를 받았답니다. 특히 소위 서민이라고 불리우는 노동자들의 삶의 현장을 포착한 사진들이 가장 생동감있었지요. 같은 일상이지만 불안한 삶에 잠시 흔들거린 제게 위안을 주었습니다. 밤 하늘을 보니 훤한 달이 따라오고 있더군요. 어린아이처럼 유치하게 달빛따라 속 마음도 올려보내며 새 다짐도 하고 돌아왔습니다. 깨알만한 글 한 자, 손톱만한 작은 꽃잎 하나가 어두운 마음에 불을 밝혀주기도 합니다. 오늘 만날 시인의 글과 사진 속에서 그런 빛을 여러번 받았답니다. 이 가을저녁, 연꽃시인 안준철시인을 만나러 마실한번 떠나보시지요. 저도 처음 뵙는 자리이지만 행사를 주관하기까지 여러번 톡 대화를 해서 그런지 자주 뵙던 분 같습니다. 간단하지만 김밥과 음료도 준비합니다. 장소는 나운동 <예스트서점>을 대신 빌렸구요. 시인이자 낭송가 채영숙님의 시 낭송도 준비하구요. 오늘도 안 시인의 시 두 편 <목숨을 건 꽃들> <연꽃과 아내>를 소개합니다. 봄날의산책 모니카


목숨 건 꽃들 – 안준철


아침 다섯 시에 일어나

연꽃 보러 간다

아침에 눈뜰 이유가 생긴 것은

좋은 일이다


고작 연꽃 보러 가는 것이

눈뜰 이유라니?

생을 무겁게 생각하는 이가

던질 만한 물음이다


나는 가벼운 사람이라

연꽃 보러 가는 일에도

목숨을 건다


오늘처럼

안개비가 내리는 날에는

우산 쓰고 자전거를 타고 간다

비바람에 후드득 떨어지는 꽃잎들


연꽃밭에는

목숨 건 꽃들이 많다



연꽃과 아내 – 안준철

세찬 빗소리에 설핏 잠이 깨었다

농부님들 좋아하시겠구나

비몽사몽간에도 반가운 마음이 들어

씩 웃고는 다시 잠이 들었나 보다

아침이 되어 눈을 떴을 때는

거짓말처럼 비가 그쳐 있었다

우산을 챙겨 집을 나서는데

버스 타고 다녀오려고?

아내가 단아한 어조로 묻는다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간섭하기 좋아하는 아내도

매일 아침 연꽃 보러 가는 나를

한 번도 말린 적이 없다

아내는 덕이 있는 여자다

연꽃과 선을 넘지 말아야 한다

안준철시인 사진작품
안개낀 은파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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