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아무리 듣고 읽어도 몸으로 느끼지 못하면 아무 쓸모가 없음을 분명히 알았지요. 어제 시내 도로 한가운데서 갑자기 차의 시동이 멈추었는데요. 처음엔 그저 ’어라, 왜 그러지‘정도의 가벼운 마음이 몇 번씩 시동단추를 눌러도 안 켜질 때의 두려움으로 바뀌더군요. 나중에 혼자 생각해보니 참 별일도 아니었던 것을... 왜 그렇게 두려워했을까. 처음으로 도로 한복판에서 수신호를 하면서, 뒤에서 빵빵거리는 타인의 눈총세례도 받으면서, ’뒤 트렁크를 열어 놓으세요’라는 어떤 이의 충고도 들으면서, 옆 차선 택시 아저씨의 부드러운 걱정의 말씀에 고개 끄덕이며... 점점 두려움이 줄어들었지요. 갑자기 어떤 보험회사인지도 생각나지 않아서 폰의 검색어에 ‘보험’이란 두 글자를 넣으니, 처음 보이는 00보험에 무조건 전화를 해보는 난감함이 적통하기도 했지요. 점심을 함께 먹은 지인의 따뜻한 위로의 말을 들으며 두 시간여 후 수리된 차를 받았습니다. 카 센터에서 제가 물은 첫 번째 말은 차의 어디가 고장 났느냐가 아니었어요. “도로에서 고장이 나면 저는 무엇을 먼저 해야 하나요? 수신호 하면서 창피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그랬어요.“라고 했더니, ”그러다가 큰일 나요. 예방장치물 놓고 바로 나와서 보험회사에 전화해야죠.“ ”그럼 보험회사 이름이 생각나지 않을 땐 어떻해요?“ 카센터 주인장은 웃겼나봐요... 그 후유증인지 깃털달린 기억력이 지속되어 오후엔 갑자기 후배가 사진 하나를 보내왔는데,,, 올 봄에 제주도에 가서 찍었던 사진이라고, 여행이 그립다고 또 여행가자고. 중요한 건 ‘여기가 어디지? 언제지?’ 라고 해서 톡 수다를 한참 떨었답니다. 아직 읽지 않은 <쉼표>라는 시집 한 권이 제 곁에 있었던 이유가 있었던 거죠. 누구 말대로 붉은 피 토하며 작렬하게 온몸을 굴려 떠나는 단풍이 제 마음에 딱 달라붙어 있군요. 당신께서도 어디론가 떠나서 비워내고 채워질 수 있다면 무조건 떠나보세요. 단, 많이 걸을 수 있는 곳으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