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이 무엇이길래, 그토록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이게 할까요. 빵만들기 봉사하는 분들도 창가로 모여들어 ‘펄펄 눈이 옵니다’를 부르게 하며 모두들 동심의 세상으로 이끌더군요. 요즘 아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핸폰의 비디오보며, 대중가수의 케이팝 들으며 태어난다 하니, 정말 동심이란 것도 시대따라 달라지는 것인가 싶지만 하얀 눈발몇 송이로 세상 문이 다시 열리고 땅 위 만물에 흰 꽃이 피어나는 순간. 어린이, 어른 할 것 없이 모두 모여 ‘와 첫눈이다.’를 외치는 소리에 하늘도 깜짝 놀라는 경이로움 이 정말 좋았습니다. 모처럼 금요일 문학인의 밤을 기획하며 ‘생명심-생명과 동심의 합성어’으로 시를 쓰는 유강희 시인을 모셨는데, 그 많은 사람들은 다 어디에 갔는지, 정말 첫눈 오는 날 만나서 커피마시자고 모두 약속이나 한 듯, 시인과의 만남에 다소 썰렁했지요. 그래도 일당 백의 맘으로 시를 사랑하는 진국같은 문우들이 오셨고, 삿됨이 없는 시의 맑음과 함축성을 살린 ‘손바닥동시’얘기랑, 구순을 앞둔 시인어머니의 구수한 사투리가 가득한 첫 산문집 얘기도 눈물겹게 들었답니다. 제 책방에서 행사하는 일은 아니었지만 올해도 지역민들이 함께 나눈 시인들과의 시공간이 저물어갑니다. 함께 한 모든 시인들께 감사의 송년인사를 미리 드리고 싶군요. 주말동안 꼭 끝내야 할 일이 있기에 몰입하려 하지만, 혹시나 눈 돌릴 일이 있으면 싸늘한 초겨울 풍경에 따뜻한 마음 담아 사진 몇 장 찍어올께요. 간밤에 바람꽤나 불어 오늘 기온이 한층더 바닥을 쳤겠군요. 그래도 너무 웅크리고 있지마시고 갑자기 찾아온 겨울 벗과 손 잡고 걸어보시다가 고요히 독백의 시간도 가져보시고요. 오늘은 첫눈 오면 들려 드릴려고 준비했던 몇 편의 시 중, 한 지인이 보내온 시와 맘이 일치하여, 정호승 시인의 <첫눈 오는 날 만나자>을 보내드려요. 봄날의 산책 모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