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릴레이를 하는 경주장에 서서 가을이 겨울에게 바톤(baton)을 건네주는 광경을 보는 일, 마치 성스러운 대관식에 초청받은 듯 했지요. 첫눈이 왔다고, 처음에 의미를 두고 싶어하는 뭇 사람들 속에 저도 끼어, 사진 한장 담고 싶었죠. 마침 올해 자원봉사를 함께 한 모 단체의 초청을 받아 가까운 부여 낙화암, 고란사, 백마강, 궁남지 등을 다녀왔어요. 분명 가 본 곳이었지만 첫눈이 내린 날 다시 가니 모든 풍경이 새로웠습니다. 고란사 스님의 목탁소리는 아직도 꿋꿋하게 남아있는 가을단풍와 첫 눈 서설(瑞雪)의 정취를 즐기라고 ‘계절교체’의 중심에 선 사람들의 마음에 풍경을 달아주었습니다. 공기입자가 보일만큼 눈부시게 맑은 날씨 덕분에 기억하고 싶은 첫 눈 사진을 잘 담았네요. 뜻밖의 여행에서 얻은 수확을 안고, 시댁모임으로 향했죠. 식사 탁자 가장 뒤 자리에 앉아 25년전 결혼해서 왔던 첫 장면이 떠올랐어요. 시공간 안에 시부모님의 부재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어린 아이들(조카들 포함 30여명)의 성장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그 순간 또 ‘교체’를 느꼈네요. 운전도 자식들이 하고, 시숙의 생일상차림도 자식들이 주관하고요. 언제 다 저렇게 컸을까... 이제는 저도 잠자코 들어주고 보아주는 일이 편해지는 걸 보면서, 언제나 웃음으로 지켜보시던 시부모님도 다시 생각났지요. 그런가봅니다. 그렇게 세월은 가고 또 가나봅니다. 첫눈 오신 날, ‘다음 날에게 바통을 넘기길 주저하지 않아도 되겠네‘라고 속삭이던 제 마음을 안고 오늘을 시작합니다. 최병무시인의 <겨울밤에 쓰는 시>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