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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봄날편지221

2023.11.26 신경림 <이런 내가 되어야 한다>

by 박모니카

파란 가을의 시를 들려드려서 그에 대한 보답이었을까요. 파란 하늘 안에 파란 바람, 파란 산 등 파란 강물, 파란 햇빛, 파란 나무, 심지어 까마귀까지도 파란 새로 보였던 어제 하루. 벗들과 토요나들이를 했네요. 저도 여자이지만 ‘여자들의 수다는 왜 이렇게 맛있지?’ 라는 감성으로 가득찬 시간들. 망해사를 거쳐, 고창 해리마을 책방(기가 막히게 아름다운 폐교의 변신), 전주를 거쳐 대야꽃집, 다시 또 봄날 책방까지 10시간의 운전에도 기운이 생생했어요. ”언니, 무릎 허리 안 아파요?“ ”오늘은 안 아프네. 운전이 가벼워...“ 밝은 날만 주어진다면 이리저리 새로운 곳을 다니고 싶어해서, 또 지인들에게 운전 맡기기도 걱정돼서 늘 제가 운전하지요. 연말이 다가오니 각종 모임에도 ‘올해 마지막’이란 태그를 달아놓기 시작했어요. 학원과 책방운영 외에도 12월 초까지 출간할 책 교정, 동계소외계층을 위한 기부금마련, 학원 바자회준비, 말랭이골목잔치마무리, 글쓰기 수업 등 할 일이 태산이지만 가만히 눈을 감고 생각하죠. 일의 우선순위와 약간의 부지런을 가미하면서 나무의 잔가지를 치고 올라가 보는 거예요. 그리고 중심을 길게 바라보죠. 그곳에 가장 중요한 기둥하나,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가치를 만져봐요. 그러면 정말 한순간에 투명하게 보인답니다. 모든 것은 ‘결국 너를 위한 거야’라는 다정한 목소리도 함께 들으며 자신감이 생깁니다. 새벽부터 엄마를 모시고 목욕탕, 미사, 고등부 수업, 저녁음악회, 그리고 약간의 쉼터가 저를 기다리고 있네요. 제게 오는 축복의 손길 중 얼마를 덜어내어 11월 마지막 휴일을 보낼 당신의 그릇 위에 담아드리고 싶습니다. 오늘은 신경림 시인의 <이런 내가 되어야 한다>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이런 내가 되어야 한다 – 신경림


일상에 빠지지 않고

대의를 위해 나아가며

억눌리는 자에게 헌신적이며

억누르는 자에게 용감하며

스스로에게 비판적이며

동지에 대한 비판도 망설이지 않고

목숨을 걸고 치열히

순간순간을 불꽃처럼 강렬히 여기며

날마다 진보하며

성실성에 있어

동지들에게 부끄럽지 않고

자신의 모습을 정확히 보되

새로운 모습을 바꾸어 나갈 수 있으며

진실한 용기로 늘 뜨겁고

언제나 타성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며

모든 것을 창의적으로 바꾸어내며

어떠한 고통도 이겨낼 수 있고

내가 잊어서는 안될 이름을 늘 기억하며

내 작은 힘이 타인의 삶에

용기를 줄 수 있는 배려를 잊지 말고

한 순간도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는 역사와 함께 흐를 수 있는

그런 내가 되어야 한다

파란하늘빛으로 천연 염색한 파란쉼터에서 파란바람과 노닐다
폐교를 출판사와 도서관으로 변신...벽에 놓인 피아노로 고향의 봄을 ^^
책마을해리 출판사에서 출간한 할머니의 책 <여든,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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