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가을의 시를 들려드려서 그에 대한 보답이었을까요. 파란 하늘 안에 파란 바람, 파란 산 등 파란 강물, 파란 햇빛, 파란 나무, 심지어 까마귀까지도 파란 새로 보였던 어제 하루. 벗들과 토요나들이를 했네요. 저도 여자이지만 ‘여자들의 수다는 왜 이렇게 맛있지?’ 라는 감성으로 가득찬 시간들. 망해사를 거쳐, 고창 해리마을 책방(기가 막히게 아름다운 폐교의 변신), 전주를 거쳐 대야꽃집, 다시 또 봄날 책방까지 10시간의 운전에도 기운이 생생했어요. ”언니, 무릎 허리 안 아파요?“ ”오늘은 안 아프네. 운전이 가벼워...“ 밝은 날만 주어진다면 이리저리 새로운 곳을 다니고 싶어해서, 또 지인들에게 운전 맡기기도 걱정돼서 늘 제가 운전하지요. 연말이 다가오니 각종 모임에도 ‘올해 마지막’이란 태그를 달아놓기 시작했어요. 학원과 책방운영 외에도 12월 초까지 출간할 책 교정, 동계소외계층을 위한 기부금마련, 학원 바자회준비, 말랭이골목잔치마무리, 글쓰기 수업 등 할 일이 태산이지만 가만히 눈을 감고 생각하죠. 일의 우선순위와 약간의 부지런을 가미하면서 나무의 잔가지를 치고 올라가 보는 거예요. 그리고 중심을 길게 바라보죠. 그곳에 가장 중요한 기둥하나,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가치를 만져봐요. 그러면 정말 한순간에 투명하게 보인답니다. 모든 것은 ‘결국 너를 위한 거야’라는 다정한 목소리도 함께 들으며 자신감이 생깁니다. 새벽부터 엄마를 모시고 목욕탕, 미사, 고등부 수업, 저녁음악회, 그리고 약간의 쉼터가 저를 기다리고 있네요. 제게 오는 축복의 손길 중 얼마를 덜어내어 11월 마지막 휴일을 보낼 당신의 그릇 위에 담아드리고 싶습니다. 오늘은 신경림 시인의 <이런 내가 되어야 한다>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