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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봄날편지222

2023.11.27 프로스트 <가지 않은 길>

by 박모니카

언어 이전에 무엇이 있어서 마음을 전했을까요. 내 ‘마음’ 한 자락도 제대로 나타내지 못하는 언어를 가지고 글은 쓴다고 나서대니 제가 우습지요. 더욱이 내 마음에 타인 마음을 고욤나무에 감나무 접붙이듯 하며 얼렁뚱땅 기생하며 살 때도 있으니 기가 막히지요~~. 그런데 이런 저의 부족한 사유를 감싸주는 지혜들이 있답니다. 바로 자연의 변화와 철학자의 말씀입니다. 어제도 오랜 시간동안 이 두 현자들과 길게 데이트하며 계절의 경계에서도 쉼 없이 묵묵히 제 할 일을 하는 세상의 이치를 느꼈습니다. ‘바람이 없다면 나뭇잎의 마지막 여정은 어디로 갈까?‘ 하고 중얼거리는데, 제 맘을 읽고 허공 속에서 시 한 수를 쓰며 제 발 앞에 떨어지던 나뭇잎 하나. 덩달아 한 몸 피붙이였던 잎들이 시를 낭송하듯 우수수 스르락거리며 일거에 붉은 검갈색 얼굴로 달려들었습니다. 메마른 낙엽들을 손으로 만져보고, 발로도 딛어보면서 11월 가을이 가는 길에 서성거렸죠. 눈앞에 열린 숲속 길은 마치 시인 프로스트가 말한 <가지 않은 길>의 장면 같아서 저도 두 갈래로 나뉜 노란 숲속에 서서 걸어온 한 길을 회상해보았네요. 학원에 돌아와서 12월을 맞는 학원편지를 쓰며 다시 또 경계에 서 있는 이 주간을 살폈죠. 다소의 걱정도 일었지만 이내 군산여고 향파 합창단의 공연까지 찾았구요. 마치 자연과 사람들이 저만을 위해 준비한 듯, 시와 음악의 만찬 속에서 하루를 보냈으니 아낌없이 지난 그 시간들을 사랑합니다. 아침부터 달력을 보니 토요일까지 일정이 꽉 차 있군요. 만약 어제의 쉼터가 없었다면 얼마나 이번 주간을 미워할까요^^ 여유로운 미소로 오늘을 시작합니다. 혹여라도 오늘 시작에 발걸음이 무거우시다면, 나뭇잎 한 잎이라도 손으로 만져보세요. 당신의 맘을 설레게 할, 정말 신기한 일이 일어날거예요. 오늘은 여러분들도 많이 알고 계시는 프로스트(미) 시인의 <가지 않은 길>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가지 않은 길 – 프로스트 (번역 피천득 시인)


노랗게 물든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

몸이 하나여서 두 길을 모두 가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워

오래도록 서서 한 길이 덤불 사이로 굽어지는 곳까지

멀리, 저 멀리까지 내다보았습니다.


그리고는 다른 길로 나아갔습니다.

똑같이 아름답지만

더 나은 길처럼 보였습니다.

풀이 무성하고 닳지 않은 길이니까요.

그 길도 걷다 보면

두 길은 똑같이 닳을 것입니다.


까맣게 디딘 자국 하나 없는 낙엽 아래로

두 길은 아침을 맞고 있었습니다.

아, 다른 길은 후일을 위해 남겨두었습니다!

길이란 길과 이어져 있다는 것을 알기에,

다시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면서요.


나는 한숨을 쉬며 말하겠죠.

까마득한 예전에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는-나는 사람들이 적게 간 길로 나아갔고,

그것이 모든 것을 바꾸었다고.


The Road Not Taken - Robert Frost (1874–1963)


Two roads diverged in a yellow wood,

And sorry I could not travel both

And be one traveler, long I stood

And looked down one as far as I could

To where it bent in the undergrowth;


Then took the other, as just as fair,

And having perhaps the better claim,

Because it was grassy and wanted wear;

Though as for that the passing there

Had worn them really about the same,


And both that morning equally lay

In leaves no step had trodden black.

Oh, I kept the first for another day!

Yet knowing how way leads on to way,

I doubted if I should ever come back.


I shall be telling this with a sigh

Somewhere ages and ages hence:

Two roads diverged in a wood, and I—

I took the one less traveled by,

And that has made all the differ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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