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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봄날편지237

2023.12.12 서정주 <내리는 눈발 속에서는>

by 박모니카

오늘의 날짜를 보니 영화 ’서울의 봄‘이 생각나는군요. 역사의 현장 속에 있었던 70년, 80년대 학번인 사람들 못지않게 젊은이들의 영화관람에 대한 후기가 봇물 터지듯 올라옵니다. 영화 한편으로 역사의 어느 한 꼭지점, 치욕의 과거를 되돌아보고 있네요. 특히 현 정부의 검찰독재로 판을 치는 상황이 12.12. 쿠테타독재와 매우 유사한 상황이라고 영화를 본 사람들의 설왕설래가 끝도 없는 걸 보면 분명 우리가 후퇴한 ’민주주의’ 시간 속에 살고 있긴 한가 봅니다. 오늘은 글쓰기 모임에서 ‘시인들과 시 세계’라는 주제로 각 회원들이 선택한 시인들에 대하여 들어보는 시간이 있습니다. 친일반민족행위자, 쿠테타친군부시인 이라는 오명을 가진 시인 ‘서정주(호, 미당 1915-2000)’는 제가 발표합니다. 김소월의 <진달래꽃> 만큼이나 서정주의 <국화옆에서>를 모르는 사람이 없지요. 고향이 군산과 지척인, 고창에 미당문학관이 있는데요, 문인으로서의 그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 상반을 이룹니다. 특히 12.12쿠테타의 주범, 전두환에 대한 찬양시를 읽어보면서, 이 시인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았습니다. ‘왜 그랬을까. 무슨 욕심이 그런 글을 쓰게 했을까.’ 글을 쓰는 사람의 펜 한 자루가 담아내는 역사의식. 저같이 평범한 사람도 깊이 새겨야 할 교훈으로 다가왔습니다. 아직도 영화 ‘서울의 봄’을 안 보셨다면 꼭 보러 가보세요. 저도 대학 때의 젊은 날이 새록새록 떠올라서 영화의 내용뿐만이 아니라 다른 추억들과도 상면하는 시간이었답니다. ^^ 오늘은 서정주 시인의 <내리는 눈발 속에서는>을 들려드려요. 특별히 오늘 시에서는 ‘괜, 찬, 타,’ 세 글자가 그려내는 회화적 풍경을 함께 감상하고싶네요. 더불어 너무도 포근한 겨울날, 세상을 덮어 줄 하얀 눈송이를 기다립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내리는 눈발속에서는 - 서정주


괜, 찬, 타,……

괜, 찬, 타,……

괜, 찬, 타,……

괜, 찬, 타,……

수부룩이 내려오는 눈발속에서는

까투리 메추래기 새끼들도 깃들이어 오는 소리. ……

괜찬타,……괜찬타,……괜찬타,……괜찬타,……

폭으은히 내려오는 눈발속에서는

낮이 붉은 처녀아이들도 깃들이어 오는 소리. ……

울고

웃고

수구리고

새파라니 얼어서

운명들이 모두 다 안기어 드는 소리. ……


큰 놈에겐 큰 눈물 자죽, 작은 놈에겐 작은 웃음 흔적,

큰 이애기 작은 이애기들이 오부록이 도란그리며 안기어 오는 소리. ……


괜, 찬, 타, ……

괜, 찬, 타, ……

괜, 찬, 타, ……

괜, 찬, 타, ……


끊임없이 내리는 눈발 속에서는

산도 산도 청산도 안끼어 드는 소리. ……

사진작가 김선태 님의 <구원>
사진작가 함미정님의 <아프리카 사막>

* 전주 전북예술회관에서 전시하고 있는 사진전에 두 분의 사진작가들의 환대를 받고 사진 설명을 들었습니다. 가까이 계시는 분들은 사진전시회에도 가보시길 강추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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