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구촌‘ 요즘은 이 말도 너무 진부하지요. 촌 단위보다 더 작게, 더 가깝게 다른 나라의 세상을 볼 수 있으니까요. 가끔 딸이 보내주는 유럽의 몇몇 나라, 겨울과 크리스마스 풍경소식. 직접 보는 것보다야 덜 하겠지만, 영상으로 간접 구경하며, ’참 좋은 세상이다‘를 연발합니다.
-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꽃도 열매도, 그게 다/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여
/ ... / 사는 게 별거냐/ 그늘 좋고 풍경 좋은 데다가/ 의자 몇 개 내 놓는거여 –
<의자>를 쓴 이정록 시인이 군산에 다녀갔지요. 시인과의 만남도 좋은 시간이었지만, 제 귀에는 이 시 <의자>를 낭송한 어느 낭송가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더 좋았습니다. 눈을 감고 들으니, 시인의 마음보다 더 절절히, 마치 낭송하는 이의 시 같았습니다. 며칠 전 초등생들에게 시를 낭독하게 했을 때도, 저의 시 나눔 운동의 방향 한 곳을 찾은 듯한 시간이었는데요. 바로 ’초등 중등생 시낭송 활동‘. 생각이 떠오르면 일단은 시도해보는 제 성격에, 이미 관내 모 학교에 이 활동을 건의해보았습니다. 물론 아직 답변은 없지요. 그래서 좀 더 구체적으로 시 나눔(시화전, 시낭송 등)의 의의와 효과에 대하여 홍보해야겠다는 계획을 짜려고 합니다~~ 저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학창시절 암송했던 시인과 시 한두 편 정도는 제목이라도 기억하니까요. 그만큼 어린시절의 교육이 중요하지요. 각박해진 현대사회, 세상살이 라고만 하지 말고, 시 한 소절 읊조리면 심지어 옆에 있는 사소한 사물들이 걸어오는 말도 들리니 신비의 마법지팡이 같지 않나요. ^^ 눈이 예상되는 주말. 가지말라해도 가는 12월. 하얀 겨울 눈 맞으며 좋은 시 한 편 따라 소리내어 보세요.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오늘은 이영균 시인의 <12월, 그대에게>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12월, 그대에게 – 이영균
나는 아직 그대를 못 보냅니다
흰 눈이 무릎을 덮는데 어찌 가렵니까
눈길에 절름거리며 사라지면
횡한 계절
나만 홀로 남겨지려니
서러워서 그대 못 보냅니다
옥빛 하늘아래 위풍당당하던 그대
그 화려했던 순간들 다 시들어
한잎 두잎 낙엽이 되었구려
천하의 절경과 풍요 다 무너져
간 곳이 없이
저렇듯 눈밭에 벌거숭이로 섰구려
곤하였던 길 하얗게 덮으며
지난 한 해 화려함 되새길 그대
나목이려니 생각하니
서러워서 나는 그대 정녕 못 보냅니다
흰 눈이 다 녹고
남겨진 가지에 새순 움 틔울 그날까지
찬란한 봄 기약하며 나는 기다릴 테요
가려거든 저 눈 다 녹아
싸리 빗질로 길 훤히 열리거든
꽃피는 봄날에나 사뿐히 가시구려
<위 사진들은 안준철 시인의 사진작품- 차가운 겨울비 속에서도 꿋꿋히 세상을 향해 도전하는 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