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없이 어둠이 내리고 길손처럼 또 밤이 찾아오면‘이란 노래가사가 있는데요, ’소리없이 흰눈이 내리고 길손처럼 또 새벽이 찾아왔네‘라며 단어 두 글자를 바꾸고 창을 열어보네요. 가로등 아래 주차된 자동차마다 하얀 눈이불이 소복히 쌓여있군요. 참 고요합니다. 월명호수쪽으로 걸어가볼까나 하는 유혹이 드는군요. 날이 새면 그 맘 가는대로 해보렵니다. 송년이 아쉽다며 후배는 족발세트를 들고 책방을 찾았더군요. 여자들의 수다는 마치 하늘에서 쏟아지는 살포름한 눈송이같아요. 눈 내리는 하늘을 누워서 바라보면 우리들 가슴 한복판을 벌집쑤시듯 할 것 같은데, 어느새 다 녹아버리는 울분덩어리가 오히려 가슴 후련하게 하거든요. 그래서 남자들보다 여자들이 벌이는 수다잔치가 즐거운가봐요. 어젯밤은 올해 처음으로 책방에서 그것도 눈 내리는 월명 어둠 아래서 옛날 추억이 화롯불되어 지금을 행복하게 살고 있는 후배님의 얘기를 오랫동안 들었답니다. 책방도 아마 뿌듯했을거예요. ’아, 나를 이렇게도 써먹는구나. 내가 사랑방 맞네.‘하면서요. 오늘은 설경도 찍을 겸 꼭 바닷가로 외출을 해야겠는데... 아니, 그사이 부지런한 옆집 아저씨가 눈을 치우고 있네요. 오마이갓!! 설경타령이 지나치면 그것도 안될 일. 또 한쪽에서는 곤경이 쌓이는 줄도 모르니까요. 오늘은 일요일, 저희들 인사로 ’평화와 함께‘ 할 주일입니다. 설경이 베푸는 은혜로움에 부디 당신의 시간들이 평화롭기를 기도합니다. 이육사 시인의 <광야>입니다. 봄날의산책 모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