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를 향한 바쁜 발걸음, 설경 속에서 미소짓는 마리아상을 보고 그냥 지나치는 것은 아름다움에 대한 최대의 불경스러움인 양, 사진 몇 장을 찍고 있으니 지나치던 다른 이들이 되돌아와 감탄을 자아내며 사진에 담더군요. 이때가 아니면 안되는 그런 일들 ’시중(時中)‘의 묘미를 잘 낚시한 순간을 늘려서 군산의 모습을 담아보자고 나섰습니다. 말랭이마을을 둘러싼 월명산입구와 선창가에서 몇 장 찍고나니, 드넓은 새만금 내륙의 풍경이 궁금했지요. 마침 도올선생의 한 말씀, 지경불여천경(紙經不如天經)-종이로 만든 경전이 하늘(자연)의 경전만 못하다-를 들었던 터라, 종이 속 글자의 풍경이 살아 운행하는 천지의 풍경이 궁금할 수밖에요. 남편 덕에 새만금 지역의 생태모습을 볼 기회가 종종 있구요, 특히 사계절 내내 다른 풍경을 만나는 행운까지 있습니다. 어젠 매우 유쾌한 생물학 박사님이 동행하여, 즐거운 여행이었네요. 가는 곳마다 천경(天經)으로 쓰여진 글자들을 만나며, 그 뜻을 헤아려보는 순간들이 소중했어요. 한 점의 순간이 열심히 성실히 제 몫을 다해서 이뤄지는 자연의 운행 속에 있다보면 아등바등 살아갈때 쌓이는 삶의 피로도가 한순간에 눈 녹듯 사라짐을 느끼지요. 그렇게 녹아 사라져야 또 다른 문양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도 있구요. 오늘은 오랜만에 말랭이 어머님들이 사진 수업을 받는 날, 마을사람들의 현재 모습을 기록물로 남기면 좋겠다는 유기종 작가의 말씀에 동의했지요. 기독교인들에게 이번 주간은 대림 4주간, 크리스마스, 성탄의 본뜻을 헤아리며 이 세상 어디에도 전쟁없는 ’평화’를 기도하는 주간 첫 날이길 바라네요. 오늘은 박노해시인의 <다시 새벽에 길을 떠난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