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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봄날편지264

2024.1.8 복효근 <새에 대한 반성문>

by 박모니카

일기예보앵커 왈, 두 장군(동장군과 온장군)의 대립에서 겨울답게 동장군이 이긴 날씨가 지속된다고 하네요. 오늘 전국 모든 지역의 기온이 최저치. 어제 귀가길에 스치던 칼바람의 위세가 더 해진 느낌의 새벽입니다. 이 시간에 가창오리들과 기러기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갑자기 궁금해지는군요. 작년에 보았던 나포들 앞 가창오리들의 군무가 생각나 지인과 짧은 여행?을 했는데요. 카메라를 장착한 사람들이 많았어요. 금강 한가운데 둥지 튼 수만마리 오리들의 비상이 자신이 서 있는 쪽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었겠지요. 사실 저는 이미 그 아름다운 군무를 보았던 바라, 연속되는 행운을 기대하지 않았지요. 커다란 돌고래나 용 같은 모형으로 하늘을 나는 오리떼가 손 뻗으면 닿을만한 거리에서 비행하고 그 속에 서 있는 저를 생각해보세요. 수 만 마리의 오리군무는 금방이라도 저를 낚아채서 그들의 비행길에 저도 데려가는 줄 알았죠. 두렵다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저는 얼마나 신기했던지.. 아마도 제 환호소리에 대장오리의 방향타가 흔들렸을거예요.^^ 그런 광경을 또 볼 수 있을까하고 갔었지요. 작년과 올해 군산의 대설풍경 속에서 뛰노니 일본 북해도여행에 대한 미련이 사라진 것처럼, 전문사진가들의 작품 속에나 등장하는 금강의 가창오리군무를 본 행운 덕분에 '반드시' 라는 미련은 없지요. 다만 올 겨울에 한번이라도 비슷한 광경을 사진에 담기위해 종종 발걸음을 해야겠습니다. 가창오리는 매우 민감해서 어제처럼 사람들이 많으면 절대 곁을 보여주지 않는다네요. 또 맑은 하늘빛을 향한 비행을 엄청 좋아한다네요. 그런 날, 몰래 다녀올께요. 흐흐흐. 오늘은 복효근시인의 <새에 대한 반성문>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새에 대한 반성문 - 복효근

우리가 춥다고 버리고 싶은 세상에

내가 침 뱉고 오줌 내갈긴

그것도 살얼음 깔려 드는 수면 위에

머언 먼 순은의 눈 나라에서나

배웠음직한 몸짓이랑

카랑카랑 별빛 속에서 익혔음직한

목소리들을 풀어놓는

별, 별, 새, 새, 들, 을, 본다

물속에 살며 물에 젖지 않는

얼음과 더불어 살며 얼지 않는 저 어린 날개들이

건너왔을 바다와 눈보라를 생각하며

비상을 위해 뼈 속까지 비워둔 고행과

한 점 기름기마저 깃털로 바꾼 새들의 가난을 생각하는데

물가의 진창에도 푹푹 빠지는

아, 나는 얼마나 무거운 것이냐

내 관절통은 또 얼마나 호사스러운 것이냐

그리운 이여,

네 가슴에 못 박혀 삭고 싶은 속된 내 그리움은 또 얼마나

얕은 것이냐

새 한 무리는 또

초승달에 결승문자 몇 개 그리며 가뭇없는

더 먼 길 떠난다 이 밤사

나는 옷을 더 벗어야겠구나

저 운암의 겨울새들의 행로를 보아버린 죄로

이 밤으로 돌아가

더 추워야겠다 나는

더 가난해져야겠다

환경운동가 균이의 사진(2024.1.7)
나포들녁 앞 금강의 노을
가창오리의 비상(2023.1월 어느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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