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가장 재밌게 읽었던 소설은 정지아 작가의 <아버지의 해방일지>였지요. 작년 새해 첫날을 날 밤새워 읽었는데요. 하도 재밌어서 독서평을 오마이뉴스에 올리기도 했었답니다. 제 기사를 본 정 작가의 감사인사를 받고 개톡으로 몇 번 안부를 주고받았죠. 그래서 그녀의 첫 번째 소설 <빨치산의 딸, 실천문학사>을 읽어야겠다 생각만 하다가 드디어 어제부터 테이프를 끊었습니다. 물론 다른 출판사와 계약한 복간물(필맥출판사)로서요. 100여페이지가 금새 넘어갈 정도로 빠져 읽고 있네요. 작가의 실제 삶을 다룬 내용인데요, 동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가 맞나 할 정도예요. 참으로 이념이란 무섭습니다. 어쩌면 종교만큼이나 무섭기도 해요. 수천 개의 얼굴을 가지고, 인류의 역사를 통해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다가옵니다. 그냥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주인인 사람을 해치면서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 어떤 이념도 종교도 인간의 근본 소명을 넘어설 수는 없지요. 모름지기 인간(人間)은 서로 기대어 사랑하라 해서 인간이니까요. 어제 가까운 지인(소위 빨갱이로 몰린 아버지에게서 태어난 분)이 50살의 나이로 하늘나라에 갔는데요. 이분도 어릴 적부터 자신도 모르는 이념의 세상에서 축복받지 못한 삶을 살았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죽음마저 가혹한 운명으로,,, 참 마음이 아팠습니다. 우리 모두는 생(生)도 모르고 사(死)는 더더욱 모르지요. 그런데 그 짧은 인생길에 무슨 이념과 종교의 칼날이 필요할까요. 저는 오로지 제 손으로 밥 한 숟갈 떠주는 것이 이념이자 종교입니다. 매순간 그 누구든지 더불어 살아가도 미안하고 또 미안한 삶의 무대가 되길 바랍니다. 오늘은 박노해 시인의 <사랑한 만큼 보여요>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