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봄날편지289

2024.2.2 이해인 <봄이 오는 길목에서>

by 박모니카

‘제가 살아보니 공부하는 것처럼 가치로운 것은 없었으니, 꾸준히 공부하는 습관을 길러주는 것이 최고의 유산입니다.’ 어제 제가 맡은 중2학생들의 어머님들 단톡방에서 전한 말씀입니다. 학생들에게 자주 말하는 레퍼토리 하나가 있지요. “너희들은 정말 천재야. 나는 알파벳을 중1때 배웠다. 너희들이 배우는 있는 to부정사, 그런거 난 아마 고등학교때나 알았을걸? 기억도 안나. 그런데 고1때 담임선생님 덕분으로 영어가 재밌다는 걸 알았지. 그때부터 팝송, 영어소설책 한줄 한줄 해석하는 것이 재밌었어. 난 1등 2등 이런거 해본 적은 없지만, 한가지는 잘한다. 목표를 정하면 그냥 꾸준히 하는거야. 방학 때가 가장 토시토실 살찌기 쉬운 것처럼, 공부도 마찬가지야. 다람쥐가 알밤 까먹고 영양분 채우듯이, 방학 때 열심히 균형있게 공부하거라.” 수업 중 학생들에게 조언한 후 저녁에 학부모님께 드린 단톡에 ‘공부하는 삶의 가치’를 주제넘게 드린거지요. 아무런 재주없는 제가 그나마 이렇게 잘살고 있는 것은 아마도 책보고 글쓰는 일상, 그리고 그런 인연들과의 만남 덕분이 아닌가 해요. 잠시 후면 새벽 온라인 클래스 마지막 수업입니다. 벌써부터 문우들의 맛난 수다가 들려오네요. 오늘은 어떤 글로 어떤 평들이 오고갈까... 멘토브릿지를 자처하고 있는 저를 새삼 칭찬하는 새벽입니다. 오늘은 또 금요일, 바쁜 일이 겹겹이 있어도 마음만은 화려한 비단 물결 위에 누워있는 날. 이해인 시인의 <봄이 오는 길목에서>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봄이 오는 길목에서 - 이해인

하얀 눈 밑에서도 푸른 보리가 자라듯

삶의 온갖 아픔 속에서도

내 마음엔 조금씩

푸른 보리가 자라고 있었구나

꽃을 피우고 싶어

온몸이 가려운 매화 가지에도

아침부터 우리집 뜰 안을 서성이는

까치의 가벼운 발걸음과 긴 꼬리에도

봄이 움직이고 있구나

아직 잔설이 녹지 않은

내 마음이 바위 틈에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일어서는 봄과 함께

내가 일어서는 봄 아침

내가 사는 세상과

내가 보는 사람들이

모두 새롭고 소중하여

고마움의 꽃망울이 터지는 봄

봄은 겨울에도 숨어서

나를 키우고 있었구나

<네이버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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