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봄날편지290

2024.2.3 채영숙 <따뜻한 겨울>

by 박모니카

어제밤 귀가길에 마늘을 사면서 지인이 준 전복을 요리해서 먹어야지 하는 생각만으로도 침이 꼴딱 넘어갔었죠. 백종원의 음식 레시피를 보니 간단하게, 맛있게 먹는 갈릭전복볶음이 있더군요. 늦은 저녁식사가 분명 득보다는 해에 가까운 줄 알지만, 특별히 먹고 싶을 때가 있거든요. 게다가 며칠 전 또 다른 지인이 사진으로 올려준 콩나물 국이 먹고 싶어서 콩나물과 두부도 샀지요. 보기와 달리 저는 요리하는 것을 정말 좋아합니다. 어부의 딸이니 생선요리는 기본이구요, 어떤 재료를 보면 제 맘대로식 요리방법이 생각나요. 그럼 그냥 해보는 거지요. 어린시절 비록 가난이 있었다 할지라도 언제나 해산물로 먹거리 풍부하게 밥상을 차려주신 엄마 덕분에 아마도 ‘맛있는 음식맛’을 잘 알아채는 미뢰가 있나봐요. 특히 맛있는 걸 먹을 때, ‘정말 맛있다. 진짜 맛있다’등의 추임새를 넣기를 좋아합니다. 10여분 사이 통마늘을 살짝 굽고, 전복도 익혀 진간장과 올리고당만 넣어 자작자작 볶았더니,,,, 정말 보기만 해도 ‘흠,, 맛있겠군’ 사진도 한 장 찰깍하고 먹었습니다. 집에서 식사를 거의 하지 않는 제 삶의 패턴에 가끔 뜬금없이 요리 만들어 남편과 함께 먹으면 멀리서 행복을 찾을 필요가 없다 싶기도 하답니다.^^ 오늘부터는 설날 준비로 맘이 바쁘네요. 무슨 대단한 준비를 하는 것도 아니지만 꼭 인사드려야 하는 분들께 이런 명절을 통해서라도 인사드림이 마땅하다고 생각하지요. 다음주 며칠동안 군산을 비워야 해서 오늘도 오전 내내 고등부 수업을 하고 설 준비차 분주하겠지요. 요즘이야 겨울이 너무 따뜻하지만 어린시절엔 왜 그리 추웠었는지... 눈도 많이 오고 고드름 따먹기도 많이 했구요. 이왕에 올 설 명절,,, 올해는 눈도 좀 내리고 김 펄펄나는 떡국도 몇 그릇 먹고 싶군요. 아마도 올 설날은 제게 또 다른 세상에서의 명절이 될 듯하여 벌써부터 어린아이처럼 마음이 부풀어집니다. 오늘은 채영숙 시인의 시 <따뜻한 겨울>입니다.


따뜻한 겨울 - 채영숙


눈이 많이 내린 겨울

내가 조그만 아이 였을 때

뒷산 설해목 부러지는 소리

솜이불 뒤집어 써도 코가 시렵다


할머니는 밤새도록

무릎을 세우고 모시를 삼다가

시커먼 면 보재기 뒤집어 쓴

콩나물 시루 졸 졸 물을 내리신다

나는 꿈인지 생시인지

물내리는 소리 들어가

오줌을 쌌더란다


밍기적 거리는 나를

일으켜 주시고

옆집가서

소금 받아오라고 손사래를 치시던

나의 할머니


내 키보다 큰 키를 머리에 쓰고

눈밭에 남긴 조그만 발자국

한웅쿰 뿌리는 소금 세례

부끄럼 잘 타던 계집아이

나이들어

할머니가 다 되어서야

그 겨울 아침 모락모락

콩나물 진잎국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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