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봄날편지292

2024.2.5 박인걸 <봄비 오던 날>

by 박모니카

얼마 전 읽은 안준철 시인의 단시<따뜻함은 겨울의 언어다>를 머릿속에 담고 있는 사이, 봄을 재촉하는 봄의 경계비가 내리면서 입춘이 왔지요. 보랏빛 봄까치 꽃과 연붉은 광대나물 볼을 담은 사진이 예뻐서 얼른 모셔왔네요. 막상 저는 주말동안 바빠서 누가 이 비를 맞고 꽃 피울 준비를 하는지 살펴볼 시간이 없었거든요. 그래도 봄의 대문을 노크하는 지인들의 ‘똑똑똑‘ 소리를 듣는 것 만으로도 제 맘속 봄 문 역시 활짝 열렸습니다. 설 명절 주간이라서 그런지, 의외로 도심에 차가 밀리더군요. ’토속적이다‘를 세글자로 하면 뭐냐고 묻는 아들 질문에 글쎄... ’촌이다‘라고 말하더군요. ’그러면 나는 촌이 좋은데.‘라고 했더니, 젊은 본인은 아직은 그럴 때가 아니라네요. ’하긴 나도 네 나이 때는 그랬지.‘ 라고 했지요. 설명절 감사인사 드릴 곳을 나누어 몇 분에게는 일부러 아들을 보내어 인사하게 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제 친정엄마는 남의 집을 방문할 때 빈손으로 가신 적이 없지요. 어릴 적 분명 가난한 살림이었는데도, 큰 딸인 저를 앞세워 인사하게 했습니다. 해마다 돌아오는 명절, 주고받는 선물과 차례상 없애기가 일반화되는 세상이지만, 이왕이면 밥도 한끼 같이 먹고 민속예절, 전통얘기 주고 받으면 더 행복하지요. 다 사람 사는 세상에서 대대로 사람답게 살아보자고 만들어진 문화니까요. 항상 고마운 지역의 어른들을 포함해서 시숙과 시동생들까지 작은 선물 주고 나니 맘이 참 편안합니다. 평생 처음으로 설 명절에 제가 친정엄마를 떠나 여행을 갑니다. 그래서 학원수업보충에 엄청 바쁜 한 주간이 되겠어요. 주간 첫날의 무거움을 떨쳐버리려면 기지개 한번 크게 펼쳐야겠죠. 편지 읽으시기 전후 당신의 몸을 깨워보세요. 오늘은 박인걸 시인의 <봄비 오던 날>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봄비 오던 날 - 박인걸

그리움이 더욱 그리우라고

처연한 봄비가

하염없이 가슴으로 내립니다

그토록 혹독한 겨울에

가슴 뿌리까지 얼어붙었더니

이른 봄비에 멍울이 녹아내립니다

이처럼 봄비가 내리면

마음은 힘없이 허물어지고

묻었던 그리움은 다시 피어 오릅니다


이제 곧 고운 꽃들이

살랑거리는 봄바람에 피어나며는

그립던 당신을 마음껏 볼 수 있을테지요


기왕에 내리려거든

한 이틀 흡족히 내려주며는

내 마음 그도 알고 달려 올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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