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봄날편지296

2024.2.9 이정록<까치설날>

by 박모니카

지난밤까지 열심히 일한 모니카. 새벽을 뚫고 공항에 왔습니다. 산다는 게 그런건지,,, 맘 편하게 일상을 떠나지 못하고 살아가던 중이었죠. 그런데 딸 핑계대고 유럽을 향해 첫 가족여행을 갑니다. 이 결정을 하기까지, 참 오래동안 망설였어요. ‘내가 없으면 학원은 어떻하나..’부터 ‘돈 쓸 곳이 천지인데 굳이 놀러가면서...’에 이르기까지요. 그런데요, 고민하던 어느날, 문득 머릿속을 쿵하니 치던 방망이 하나가 보였습니다. ‘열심히 일만 하는 개미가 과연 행복한가. 매일 편지글에는 오늘이 가장 중요하다 말하면서 미래에 대한 애착이 그렇게도 많은가’ 그래서 자고 있던 남편의 얼굴을 보았습니다. 매일 제 일상에 맞추어 자신의 즐거움을 많이 포기하고 사는 사람의 얼굴을요. 그래서 가까이 계시는 친정엄마께 말씀드리니, “너도 이제 적은 나이가 아니니 지금이라도 김서방 챙겨서 재밌게 살아라. 학원 며칠 시간내는거 학부모들이 다 이해할거다. ”라고 하셨죠. 사실 친정으로 보자면 제가 없는 설날이 아마도 처음 일 겁니다. 엄마가 가장 서운해 하실 설날이네요. 여차저차 하여 10일간의 휴가를 갖습니다. 딸래미 왈, 어느나라 가고 싶냐고 해서, 저는 여러나라를 돌아다니는 것보다 ‘독일’의 주요 명소와 인물, 그리고 성당미사 등을 참가하고 싶다고 했지요. 그랬더니, 그래도 명색이 유럽여행인데, 남들에게 답하려면, 한 나라 정도 더 말하라... 출국 때 프랑스에서 한다네요. 사람들은 도대체 어디를 가는지,,, 공항에 사람들이 많네요. 아침편지가 매일 이루어질지 모르겠어요.^^ 오늘부터 설날연휴. 직접 뵙지는 못하지만 진심을 담아 인사드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정록시인의 <까치설날>, 제가 읽기에 공감, 재미 두 토끼를 잡은 시 인 것 같아 보내드려요. 봄날의 산책 모니카.

참고로, 책방 오픈일 기억하셔서 혹시라도 친척분이 가볼 곳을 물으시거든 말랭이로 와주세요.

(책방지기님이 계십니다. 9-10일, 오후 2-5시 / 11-13일은 휴무)


까치 설날 - 이정록


까치 설날 아침입니다.

전화기 너머 당신의 젖은 눈빛과 당신의 떨리는

손을 만나러 갑니다


일곱시간 만에 도착한 고향

바깥 마당에 차를 대자마자 화가 치미네요

하느님, 이 모자란 놈을 다스려주십시오

제가 선물한 점퍼로 마당가 수도를 감싼

아버지에게 인사보다 먼저 핀잔이 튀어나오지

않게 해주십시오

아내가 사준 내복을 새끼 낳은 어미 개에게

깔아준 어머니에게, 어머니는 개만도 못해요

악다구니 쓰지 않게 해주십시오

파리 목숨이 뭐 중요하다고 손주 밥그릇 씻는

수세미로 파리채 피딱지를 딱아요

눈 치켜뜨지 않게 해주십시오

아버지가 목욕탕에서 옷 벗다 쓰러졌잖아요

어머니 꼭 목욕탕에서 벗어야 겠어요

구시렁거리지 않게 해주십시오

마트에 지천이에요 먼젓번 추석에 가져간 것도

남았어요 입방정 떨지 않게 해주십시오


하루 더 있다 갈께요, 아니 사나흘 더 자고

갈께요 거짓부렁하게 해주십시오


뭔 일 있냐 고향에 그만 오려고 그러냐

한 숨 내쉴 때 파리채며 쥐덫을 또 수세미로

딱을까봐 그래요 너스레 떨게 해주십시오


용돈 드린거 다 파먹고 가야지요 수도꼭지처럼

콧소리도 내고 새끼 강아지처럼 칭얼대게 해주십시오


곧 이사해서 모실게요 낯짝 두꺼운 거짓 약속을 하게

해주십시오 내가 당신의 나무만이 아님을 가르쳐주었듯

내 나무 그늘을 불평하는 일이 없도록 해주십시오


대대로 건네받으셨다는 금반지는 다음 추석에 그다음

그다음 몇십년 뒤 설날에 받겠습니다


당신의 고집 센 나무로 살겠습니다. 나뭇잎 한장만이라도

당신쪽으로 나부끼게 해주십시오

책방지기님이 주신 메모~~ 독일의 유명 책방이름을 빼곡히! 다행히 딸이 정한 관광루트에 있다네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다시봄날편지2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