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봄날편지307

2024.2.20 안도현 <그리운 당신이 오신다니>

by 박모니카

오랜만에 만난 고학년 학생들 몇몇은 여행이 어땠는지 궁금해 하더군요. 독일 대표과자 하리보를 함께 먹으며 다녔던 곳을 설명해주면 신기해했어요. 저의 이모부는 미국인이죠. 제가 어릴 때 결혼식을 하고, 지금까지 해로하니 벌써 50년이 넘었어요. 외국인인 그분 아파트에 처음 갔을 때, 제 또 다른 이모의 딸이 와 았었습니다. 저는 군산 촌에서, 그 사촌은 서울 도시에서, 각각 초대를 받았던거죠. 갑자기 도시쥐와 시골쥐의 스토리가 생각나네요. ^^ 지금 이 나이까지도 생각나는 가장 신기하고 놀랐던 일은 바로 ’영어 말하기‘였어요. 국민학생이어서 저는 영어를 아예 몰랐는데, 한 살 어린 사촌은 이모부의 질문에 영어로 답을 하는거예요. 처음 보는 소파에 앉아서 외국인과 눈을 마주치며 뭔가를 답하던 그녀도, 지금은 저와 같은 대한민국 아줌마 이지만,,, 그때는 무조건 신기했어요. 그리고 제가 중학생이 되어 첫 영어시간, 알파벳을 배우면서 영어를 읽고 말하기를 잘하고픈 환상이 생겼겠지요. 보시다시피, 학생들에게 수능영어를 가르치는 정도라도 된 것은 아마도 그런 출발이 있었겠지요. 어제도 학생들에게 외국어의 중요성을 말해주었습니다. ’누가 뭐래도 언어구사의 기본은 그 나라의 단어 암기부터다. 그래야 해외여행 갈 때, 덜 두렵고, 재미있게 구경하고 배우지, 홧팅하자...‘ 라고 말했습니다. 원장이 학원으로 복귀하면 응당 학생들은 긴장하는 듯, 매일보는 단어시험을 더 잘 보더군요. 이런 과정으로 익혔던 단어들의 힘으로 저도 베를린 장벽에 있던 역사기록물들을 읽었을겁니다. 오늘은 문우들께서 귀국 점심??을 함께 하자고 하셔서 은파호수도 살짝 걸어볼까해요. 한 이틀 내린 봄비로 꽃봉우리가 매우 튼실해져 있을텐데,, 은파의 벚나무가지도 살펴볼랍니다. 어느 가지에서 가장 먼저 봄맞이를 하고 있는지, 누가 제일 부지런한지 엄지척 한번 해주며 사진 찍고 싶은데... 안도현 시인의 <그리운 당신이 오신다니>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그리운 당신이 오신다니 – 안도현


어제도 나는 강가에 나가

당신을 기다렸습니다.

당신이 오시려나, 하고요

보고 싶어도

보고 싶다는 말은 가슴으로

눌러 두고

당신 계시는 쪽 하늘 바라보며

혼자 울었습니다

강물도 제 울음소리를 들키지 않고

강가에 물자국만 남겨 놓고

흘러갔습니다

당신하고 떨어져 사는 동안

강둑에 철마다 꽃이 피었다가 져도

나는 이별 때문에

서러워하지 않았습니다

꽃 진 자리에는 어김없이

도란도란 열매가 맺히는 것을

해마다 나는 지켜보고 있었거든요

이별은 풀잎 끝에 앉았다가 가는

물잠자리의 날개처럼

가벼운 것임을

당신을 기다리며 알았습니다

물에 비친 산 그림자 속에서

들려오던

그 뻐꾸기 소리가 당신이었던가요

내 발끝을 마구 간질이던

그 잔물결들이 당신이었던가요

당신을 사랑했으나

나는 한 번도 당신을 사랑한다,

말하지 못하고

오늘은 강가에 나가 쌀을 씻으며

당신을 기다립니다

당신 밥 한 그릇 맛있게 자시는 거

보려고요

숟가락 위에 자반 고등어 한점

올려 드리려고요

거 참 잘 먹었네,

그 말씀 한 마디 들으려고요

그리운 당신이 오신다니

그리운 당신이 오신다니

베를린 거리, 한식당 앞에서 만난 수선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다시봄날편지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