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봄날편지308

2024.2.21 이해인 <매화 앞에서>

by 박모니카

“타고난 건강체질이고만. 시차적응 됐어요?”라고 묻는 지인들이 많군요. 솔직히 말하면 오랫동안 여행한 것도 아닌데 시차 적응이니 뭐니 하는 말은 괜히 쑥스럽지요. 학원과 책방에서의 할 일들이 머릿속에 계속 남아 있으니, 아마도 제 마음의 신경회로는 늘 빨간 불을 켜고 있었을거예요. 어제는 온라인 문우들과 점심을 하면서 영어말하기의 중요성이 주요 대화였어요. 2월동안 글쓰기와 책읽기가 게을러진 것 같아서 문우들께 독려차 만났는데, 배움의 열정싸인 하나가 더 붙었지요. 결국 문우 중에 유능하신 영어 원장님이 계셔서 재능봉사 하겠다는 말에, 문우들은 ’해외여행시 필요한 영어회화’라는 목표로 공부 결정. 참 대단한 분들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배움에 대한 선의의 욕망이 어디까지 일지 새삼 그 모습이 궁금해집니다. 소위 깃발 따라다니는 단체관광 하지 말고 ‘자유여행’하며 이곳저곳 보고 싶다는 그들의 젊은 에너지... 꼭 그 소원이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책방 나들이를 합니다. 책방 주인이 맞나 할 정도로 많이 비워 두어서, 그리고 말랭이 마을 어르신들께 인사도 드릴 겸 해서요. 올해는 어떤 프로그램을 할 것인지 궁금하다고 몇 번 물어보셨는데, 아직 답을 못드렸거든요. 며칠째 내리는 봄비가 어찌나 가냘픈지 꽃봉우리마다 간질간질 눈 뜨고 싶어서 난리일 것 같아요. 안준철 시인께서 보내주신 <즐거운 나무>라는 짧은 시에 펼쳐진 봄비와 매화봉우리의 인연.

- 겨우내 언 땅에서 / 물을 길어 올리느라 애쓰다가 / 속눈썹이 예쁜 꽃들을 / 막 달기 시작한 –

빗방울이 눈물이 되어 그렁그렁 고인 매화의 속눈썹을 포착한 사진 한 장만으로도 새벽이 봄 향기로 가득합니다. 어느새 2월의 출렁다리 끝도 멀리 있지 않지요.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의 한 장면 속에 저도 따라 묻히고 싶어지네요.^^ 오늘은 매화하면 떠오르는 시 이해인 시인의 <매화 앞에서>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매화 앞에서 - 이해인


보이지 않게

더욱 깊은

땅 속 어둠


뿌리에서

줄기와 가지

꽃잎에 이르기까지

먼 길을 걸어 온

어여쁜 봄이

마침내 여기 앉아 있네

뼛속 깊이 춥다고 신음하며

죽어가는 이가

마지막으로 보고 싶어하던

희디흰 봄햇살도

꽃잎 속에 잡혀 있네

해마다

첫사랑의 애틋함으로

제일 먼저 매화 끝에

피어나는 나의 봄

눈 속에 묻어두었던

이별의 슬픔도

문득 새가 되어 날아오네

꽃나무 앞에 서면

갈 곳 없는 바람도

따스하여라


“살아갈수록 겨울은 길고

봄이 짧더라도 열심히 살 거란다

그래, 알고 있어

편하게만 살순 없지

매화도 내게 그렇게 말했단다."

눈이 맑은 소꿉동무에게

오늘은 향기 나는 편지를 쓸까


매화는 기어이

보드라운 꽃술처럼 숨겨두려던

눈물 한 방울 내 가슴에 떨어뜨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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