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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일 May 29. 2024

뉴진스를 생각하지 마

 인생의 ‘프레임’ 대결에 관한 생각

하이브 대 민희진, 문제는 프레임이다     


하이브 대 어도어, 방시혁 대 민희진. 골리앗과 다윗 같은 싸움으로 2024년 봄 K팝 세상이 온통 시끄럽다. 일반인들이야 직접 관계가 없으니 그저 어떻게 돌아가는지 바라만 보고 있다. 하지만 잘 나가는 K팝에 악영향을 미치진 않을까, 잘 마무리됐으면 하는 마음만은 간절하다. 많은 이들이 그럴 것이다.    


어느 한쪽을 편들 생각은 없지만, 여론의 향배는 흥미롭다. 수세에 몰리는 듯했던 민희진 측의 4월 25일 기자회견 이후 상황은 반전되는 양상이다. 2시간 15분에 걸친 라이브 쇼 같은 기자회견, 새벽 2~3시경 포장마차 분위기의 눈물과 하소연, 비속어와 욕설까지 이어졌다. 기존의 거의 모든 격식을 파괴한 놀라운 자리였다.


내가 관심 있게 지켜본 건 ‘프레임 대결’이다. 민희진은 대중의 관심을 잘 읽는 베테랑 기획자이자 크리에이터. 의도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어쩌면 치밀한 계산과 전략의 결과가 아니었을까. 국면을 단숨에 바꿔버리는 고수의 승부수가 통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하이브와 민희진의 '프레임' 대결 ⓒ김성일



성공은 사람의 감정선을 뒤흔든 결과     


양측 다 폭로전으로 밀어붙였지만 기본 프레임은 산업 대 문화, 장사꾼과 장인이었다. 하이브는 이성적이고 사무적으로 대응한 반면, 민희진은 감정을 자극하고 공감을 끌어내는 방식을 취했다. 그 결과 하이브는 개저씨와 구시대, 기득권의 상징처럼 비쳤지만, 민희진은 피고용인 여성, 야근을 밥 먹듯 하는 일벌레 약자로 자리매김했다. 대중들은 누구와 동일시하는가. 당연하게도 민희진의 프레임에 공감하게 된 것이다.


사람들은 감정을 흔드는 데 강하게 몰입한다. 모든 성공한 콘텐츠, 폭발하는 이야기에는 감정을 자극하고 마음을 흔드는 뇌관이 있는 것이다. 다만 그것을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하거나 예측하기 어렵다. 감정과 마음의 흐름은 맥락과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성공방정식은 하나둘 쌓여가도 매번 똑같이 적용되기 어려운 이유다.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유명한 말이다. 사람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생각의 틀을 가리키는 ‘프레임’이나 '프레이밍 효과'를 언급할 때 잘 드는 예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는데, 사람들은 코끼리를 떠올리고야 만다. 그게 자연스러운 사고의 흐름이다. 프레이밍 효과로 유명한 인지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George Lakoff)는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2004)에서 먼저 틀을 제시해 대중의 사고를 규정하는 쪽이 정치적으로 승리한다고 한다. 이를 반박할수록 오히려 프레임을 강화하는 딜레마에 빠지기 쉽다고 덧붙인다.


소통과 홍보 분야에서 ‘프레임’ 장악은 중요하다. 일단 부정적인 프레임이 형성되면 바꾸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초기에 여론을 수렴하고 발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같은 현상도 프레이밍 효과에 따라 극단으로 갈릴 수 있다. 사람들의 마음이 작동하는 방식을 다룬다는 점에서 정치와 선거, 홍보와 미디어, 마케팅 분야에서 폭넓게 사용된다. 민희진은 이런 프레임 효과를 읽었던 것 아닐까.



홍대 거리에서 만난 민희진. 회견 룩은 순식간에 품절대란을 일으켰다. ⓒ김성일



인생의 프레임을 리프레임하기   


넓게 보면 프레임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다. 인간이 그들 앞에 놓인 대상과 현상을 생각하는 방식이다. 도전할 것이냐, 그 안에서 생존과 조화를 도모할 것이냐. 순응할 것인지, 나만의 언어와 삶의 방식을 찾아갈 것인지, 모두 '선택의 문제'다.


행복의 심리학자 최인철은 <프레임>(2007)에서 인생을 바꾸고 싶다면 '프레임을 리프레임하라'고 말한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프레임을 가지고 살아가는데, 조금만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면 새로운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의미 중심으로 생각하기, 긍정적인 언어로 말하기 등 지혜로운 사람의 11가지 실천 프레임을 제시한다.


사업이나 인생이나 중요한 건 세상을 바라보고 대응하는 방식이다. 바로 우리의 삶을 규정하는 프레임이다. 하이브는 난공불락의 탑 같은 거대 비즈니스라는 프레임이었다. 반면 민희진은 피땀이 배인 현장 크리에이터의 절실함으로 반격의 화살을 날렸다. '뉴진스의 엄마'를 자처하는 민희진이 끝까지 경영권을 지키는 게 쉽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논란의 결과를 떠나서 '프레임을 일거에 리프레임'한 민희진의 과감한 승부수는 깊이 각인될 것이다. 약자의 효과적인 대응방식을 보여준 셈이 아닐까.



작고 평범한 나에서 진정한 나로


인생에서 중요한 건 자신의 세상을 만들어가는 과정이고 방식이다. 모든 인간은 결핍과 트라우마가 있다. 부족한 나, 찌질한 나라고 자책할 필요는 없다. 그걸 하나씩 극복하면서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것이 바로 인생 여정 아니던가. 작고 평범하며 하찮은 나에서 차근차근 세상 속에 오롯이 서는 나를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


오늘은 잠시 시간을 내서 세상을 바라보는 나 자신을 들여다본다. 아주 작은 것이라도 새롭게 바꿔나갈 한 가지만이라도 찾아본다. 이렇듯 나만의 프레임을 만들어가는 것이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해지는 방법 아닐까. 덤으로 내일은 더 큰 보람과 의미가 찾아올지 모른다.






* 프레임을 생각하면서 나는 내 인생의 프레임을 리프레임하기로 했다.

'현역보다 은퇴 후가 행복한 이유'가 다음 글에 이어집니다. 감사합니다.



프레임, 세상의 좋은 것만 볼 수 있다면 좋으련만...




* 표지 및 위 사진 출처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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