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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일 Jun 05. 2024

친구를 사귀는 데 필요한 자세

K컬처와 세계의 문화현상 5 <인도>

K콘텐츠 최다 소비 국가는?  

   

놀랍게도 인도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4년 해외한류실태조사’ 결과, 한류 경험자의 월평균 소비량이 11.6시간인데 비해 인도는 18.6시간. 무려 7시간이나 많았다. 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이 뒤를 이었다. 한국콘텐츠가 마음에 든다고 답한 호감도에서도 인도는 인도네시아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인도에 한류와 K컬처 열풍이 본격적으로 불기 시작한 건 코로나 시국으로 알려진다. 특히 <오징어게임>이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요인은 무엇일까. 코로나 같은 특수한 상황에 더해 ‘정서적 유사성’이 크다는 지적이 많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와 <닥터 차정숙>처럼 최근 큰 흥행을 거둔 드라마는 개인보다 가족을 중시하는 사고방식, 우정의 가치와 소중함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할리우드 스타일보다 친숙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어 열풍도 예사롭지 않다. 인도의 서울대라고 하는 네루대는 2020년 제2외국어로 중국어 대신 한국어를 채택했는데, 지원 경쟁이 3300 대 1에 이르렀다는 놀라운 소식이다. K콘텐츠에 대한 인기는 자연스레 K푸드와 K뷰티,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다. 우리 기업의 진출과 상품 판매 등 경제적인 효과는 말할 것도 없다.



마법을 즐기는 놀라운 나라      


인도는 최근 빠르게 ‘떠오르는 나라’다. 이미 세계 1위의 인구대국, 세계 5위의 경제규모로 올라섰고, 2027년에는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매력적인 건 평균 연령이 28세에 불과한 점. 영어를 쓰는 민주국가로 가파른 성장이 계속되고 있어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무한하다.


인도인들의 최고 인기 장르는 단연 영화, ‘볼리우드’(봄베이+할리우드)란 이름으로 유명하다. 자국인만 봐도 흥행은 성공이어서 스타워즈, 아바타 같은 웬만한 할리우드 히트작도 명함을 내밀지 못한다. 실제 인도는 매년 할리우드의 두 배 정도인 2000편 가까운 영화를 만든다. 이런 철벽 인도시장을 한국 콘텐츠가 뚫고 주목을 받는 게 놀랍다.


인도 영화의 특징이라면 인간의 모든 꿈과 재미가 담긴 엔터테인먼트의 종합판이라는 것. 3시간 상영은 기본이고 비범한 인물, 권선징악과 해피엔딩, 춤과 노래가 다채롭게 버무려진다. 특히 인도 영화에 춤과 음악은 절대적이다. 공용어가 22개에 이르는 다언어 국가에 40%의 문맹률, 종교적인 다원성이 반영된 결과라는 얘기가 많다. 최근에는 너무 뻔한 스토리 대신 사회문제를 수용하는 등 다양한 변화가 시도되고 있다고 한다.



영화 <조다 악바르> 운명과 격동의 스토리가 3시간 30여 분에 걸쳐 유장하게 흐른다. 영화 애호가라면 강추.




문화와 종교, 포용과 다양성     


인도 영화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조다 악바르>. 16C 인도를 제패한 무굴제국의 3대 황제 악바르와 아름다운 공주 조다의 운명적인 사랑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2008년 인도 극장가를 석권한 영화답게 압도적인 비주얼과 스케일로 볼리우드의 위력을 과시한다.


영화의 주제는 인도의 광개토대왕으로 불리는 악바르 대제의 '포용의 정치'. 이슬람 왕이지만 힌두교 공주와 결혼하면서 종교적 포용을 실천하고 통합의 정치를 추구한다. 결혼식 장면은 영화의 백미, 이슬람 신비주의 종파인 수피교도의 축하 공연이 7분여 진행된다. 신과의 합일, 인간과 우주의 교감, 그 극치의 순간을 환상적인 장면에 담아 전한다.


악바르 대제의 손자가 인도 세계문화유산의 상징 '타지마할'을 건축한 황제 '샤 자한'이다. 실제 현장에서 보는 타지마할은 명불허전의 아름다움으로 빛난다. 인생의 버킷 리스트가 될 만하다.



친구가 될 수 있었던 순간들     


인도는 한국인들에게는 호불호가 꽤 엇갈리는 나라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신비로운 나라’인가 하면, 아직 후진적인 사회 환경이나 인프라 때문에 거리감도 여전하다. 개인적으로 2번을 방문했는데, 아쉽게도 ‘비호감’ 인연이 남아있다.


2002년 한국과 인도가 수교 30주년을 맞은 해, 업무상 출장에 나섰다. 그즈음 호텔 음식을 먹고 식중독에 걸려 고생했다는 출장자가 있어 신경이 쓰였다. 저녁 늦게 피곤한 몸으로 숙소에 도착해 불을 끄고 막 잠에 들려는 순간이었다. 누군가 불쑥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깜짝 놀라 프런트에 항의했는데, 너무 어이가 없었다. 호텔 관리가 이 정도일 줄이야. 지금에야 그럴 일이 없겠지만 황당한 순간이었다.


영국 연수 때 만난 박사 과정의 인도인 2명도 잊을 수 없다. 8명이 공유주방을 사용하는 기숙사, 식사하러 갈 때마다 그 둘이 주방을 독점하다시피 했다. 다른 학생은 안중에 없는 듯 매번 TV를 보거나 수다를 떨고 있어 내게는 ‘무례한 인간’으로만 보였다. 첫인상이 좋지 않아선지 마주치면 가벼운 인사만 하고 외면하듯이 지냈다. 결국 그들과 제대로 대화 한 번 나누지 못했다.


돌아보면 내게도 문제가 있었다. 평소 낯을 가리고 친화력도 부족한 데다, 30대 늦깎이의 유학생에겐 영어 부담에 학업 스트레스가 많았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하면 아쉽다는 생각이 크다. 자연스럽게 외국인을 사귈 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



서로 주고받아야 두터워진다


문화는 이리저리 흐르고 서로 주고받으며 발전한다. 최근 인도에서 한류와 K컬처의 높은 인기는 어쩌면 우리도 전혀 예측하지 못한 일이다. 지금은 인도의 일방적인 짝사랑에 가깝다. 그들이 보내는 관심과 호의에 우리는 얼마나 정성으로 답하고 있을까. K컬처의 스타가 방문하고 K팝 공연이 자주 열릴 필요가 있다. 직접적인 대화와 교류가 다방면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포용과 다양성의 나라인 인도, 한국 문화의 확장성과 팬덤의 확산에도 중요한 나라가 아닐 수 없다.

 

친구를 사귀려면 먼저 손을 내밀고 그들의 얘기를 들어야 한다. 더구나 내게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조차 거리를 두는 건 예의가 아니다. 무례한 인간들이라고 지레 결론 내려놓고 문을 닫아버린 과거의 내가 기억난다. 지금 인도는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성장국가이고 우리 또한 인도라는 나라가 여러모로 중요하다. 누군가 내게 미소보일 때는 나도 반갑게 맞이해야 하지 않을까.




죽은 왕비를 기리기 위한 건축물로 완공에 22년이 걸렸다고 하는 타지마할. 실제 현장에서 본 모습이 사진보다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출처: pixabay



     


* 표지 사진은 인도의 도시 아그라에서 본 타지마할 원경.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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