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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일 Nov 12. 2024

직장 동료는 친구가 아니다

인생 후반부 인간관계 관리의 노하우 3가지

누구에게 연락할지 고민하는 순간


경조사 같은 일이 있을 때 누구에게 연락할지 고민된다. 지난해 3월 퇴직한 후 부쩍 든 생각이다. 현역은 내부 연락망을 통해 공지되니 고민할 필요가 없다. 직장을 떠난 후엔 내가 모든 대상을 선택해야 한다. 받으면 언젠가 돌려줄 것까지 생각해야 하는데 어쩌면 좋을까.


올해 내겐 두 가지 큰일이 있었다. 지난 5월 집안의 어른이 돌아가셔서 가까운 사람들 위주로 급히 연락을 취했다. 많은 사람은 아니었지만 진심으로 위로를 받았다. 얼마 전에는 그간 내가 쓴 글을 모아 『K컬처, 삶을 말하다』란 제목의 책을 펴냈다. 생전 처음으로 예약판매라는 걸 하는데 적지 않게 고민이 됐다. 이름 있는 작가라면 몰라도 나 같은 무명작가의 책을 누가 선뜻 살까. 그래도 내게 ‘진짜 친구’라고 할 만한 사람에게 연락을 시작했다.


친구도 3단계가 있다고 한다. 1단계는 ‘그냥 친구’로, 학교의 동기동창처럼 한때의 인연을 계속 이어가며 알고 지내는 사람이다. 2단계는 ‘좋은 친구’라고 할 수 있는 사이다. 경조사를 챙기며 종종 연락을 주고받는다. 3단계는 ‘진정한 친구’, 나를 잘 알고 믿어주며 어려울 때 함께 하는 진짜 친구다. 각 단계를 명확히 구분하기는 어렵고 시간에 따라 변하기도 한다. 내가 느끼는 주관적인 호감도가 중요하고, 얼마나 마음이 통하면서 자주 연락하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퇴직 후 인간관계의 극적인 변화


현직 때 수많은 연락처는 성공의 자산이자 사회생활의 보험 같은 역할을 한다. 받은 명함을 촬영만 하면 명함 앱에 저장되는 시대라 금세 전화번호 숫자가 불어난다. 한번 스친 사이라도 쉽게 지우지 못한다. 그중에 내게는 갑 중의 갑, ‘슈퍼갑’이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때로 도움이 필요할 때 해결사 역할에 나서 주기도 하지만, 그걸 빌미로 언제 빌런으로 돌변할지 모른다. 인간관계의 양면성이다.


퇴직 후 일로 맺은 인간관계의 90% 정도는 쓸모가 사라진다고 한다. 10명 중 한두 명 남으면 성공인 셈이다. 업무적인 이해관계가 사라지면 관계의 끈도 다하게 마련이다. 다만 오랫동안 근무한 직장 내 인간관계는 완전 정리가 쉽지 않다. 다수가 서로 얽혀 있는 경우가 많아서다.



퇴직 후 이어지는 최악의 관계


최악의 경우를 본 적이 있다. 한 부서에 근무한 인연으로 계속 모임을 하다 퇴직 후까지 이어진 사례다. 회비를 모은 게 발목을 잡은 탓에 내키지 않는 해외여행까지 함께 가는 경우였다. 그 부서의 팀장은 업무능력은 괜찮은 편이었어도, 타인을 존중하는 마음이 부재하고 ‘자뻑 기질’이 심한 사람이었다. 지금도 주변 사람 만나면 자기 집값 오른 자랑, 자식들 자랑으로 ‘마이크 독점’이 여전하다고 한다.


하지만 인생 후반부 진정한 자유인의 삶을 살려면 과거에서 벗어나는 게 중요하다. 특히 직장에서 오래 맺은 관계의 사람들은 옥석을 구분하는 지혜와 결단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살아온 관성대로, 과거 업무상 상하관계의 연속선상에서 살아갈 위험이 크다. 인간관계, 과연 어떻게 대처하고 관리하는 게 좋을까.



(1) 내게 맞는 인간관계를 직시한다


인간관계는 내가 살아온 역사와 같다. 인생의 재산처럼 소중한 관계도 많다. 하지만 모든 관계는 유효기간이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시절 인연’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사라진다는 걸 두려워 말고 수용하면 된다. 관계가 지워지면 내 과거가 지워지는 게 아니라, 모든 관계에서 벗어나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나는 어떤 관계, 어떤 사람을 원하는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들과 자주 어울리면서 취미나 여가 활동하기를 바라면 넓은 관계를 지향하면 된다. 깊고 친밀한 관계를 원하면 소수의 사람과 정성스럽게 만남을 지속한다. 어떤 유형이든 결국엔 ‘진짜 친구’가 누구인지를 아는 게 필요하다. 인생 후반부엔 갈수록 심신이 약해지기 쉽다. 좋은 사람과 건강한 사회활동을 지속하는 게 삶의 활력 유지에 필수적이다. 나를 제대로 이해하는 한 사람만 있어도 세상은 살만하다고 하지 않던가.



(2) 사람 보는 눈을 가져야 한다


어떤 사람이 좋은 사람일까. 직장 동료를 퇴직 후까지 관성적으로 만나면 위험하다. 특히 조심해야 하고 상황에 따라선 손절까지 필요한 사람이 있다. 내가 가장 경계하는 사람은 무례한 사람이다. 오랜 갑질 근성에 젖어 베풀 줄 모르는 경우다. 집이 부자여도 ‘지갑의 돈’은 쓰지 않는 사람이랄까. 의외로 직장에서 잘 나가던 사람에게 이런 유형이 많다. 자기중심적인 생활로 받기만 하며 살았기 때문이다. 혹시나 나 또한 이런 사람이 되지 않도록 늘 주의하게 된다.


좋은 사람은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한다. 말부터 행동까지, 보이지 않을 때도 공감과 감사의 마음을 표현할 줄 안다. 인생 후반부엔 특히 이런 사람을 곁에 둬야 한다. 직장 동료 중에 이런 사람이 있다면 평생 친구가 될 수 있다. 필이 통하면 미리부터 정성을 다하면서 친구로 이어가는 게 바람직하다.



(3) 스스로 좋은 사람이 되려 노력한다


좋은 사람을 만나려면 먼저 그런 사람이 되라고 말한다. 누군가에게 관심 주는 일을 주저하지 말자. 마음 가는 타인에게 뭔가를 베풀면 자신까지 기분이 좋아진다. 일상의 소소한 순간마다 삶의 활력을 느끼며 살 수 있는 방법이다. 먼저 밥을 사거나 가볍게 차 한 잔 나누는 걸 제안해 보는 건 어떨까. 생일을 맞은 친구에게 커피 쿠폰을 보내는 건 더 쉽다. 아니면 가끔 안부 연락을 보내도 된다.


직장 후배들에게 가장 좋은 선배는 자기 삶에 진심을 다해 잘 사는 사람이라고 한다. 이해관계 때문에 후배들에게 연락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잘살면 된다는 말이다. ‘멋지게 나이 드는 선배’, 그 이상 줄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스스로 좋은 사람, 잘 사는 사람이 되면 인생이 행복하다.



긴 인생을 함께하는 소중한 사람


인생 후반부 인간관계는 앞으로 어떤 삶을 살 것인지 결정한다. 과거에서 벗어나 의미 있는 관계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특히 오랜 직장 생활에 젖은 사람들은 나도 모르게 그 관계가 일종의 늪이 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 직장 동료 모두가 친구가 될 수 없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긴 인생에서 친구는 최고의 인생 동반자다. 경쟁 상대가 아니라 언제나 함께 가는 사이다. 이제부터는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들과 시간을 함께하자. 나를 이해하고 속마음을 나눌 수 있는 그들을 위해 오늘도 정성을 다하자. 행복한 하루가 시작된다. 


 




* 표지 사진: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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