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성일 Nov 19. 2024

전원생활 말고 서울 아파트 고집하는 이유

누구와 어디 사는지가 삶의 질을 좌우한다

집에 TV는 있는데 방송은 나오지 않는다. 간혹 유튜브나 OTT를 연결해 원하는 영상물을 본다. 우리 부부가 오랫동안 애정하는 프로그램은 EBS의 <건축탐구 집>이다. 맞춤형으로 자기 집 지은 사람들을 건축 전문가가 소개하는데, 전국 각지의 다양한 곳이 등장한다. 그림 같은 집이 있는가 하면 새로운 스타일의 이국적인 집도 구경할 수 있다.


보면서 우리 부부는 자주 감탄하고 감동한다. 집이 주는 매력과 함께 공간이 불러오는 특별한 느낌에 곧잘 빠져들기 때문이다. 이젠 우리도 반쯤 전문가가 되어 웬만한 집은 대놓고 평가와 지적사항도 날린다. 보고 난 후 결론은 늘 똑같다. 지금 우리 사는 아파트가 최고라는 것. 그것도 서울 시내 도심 쪽에 소재한 아파트다. 왜 이런 결론을 내리게 되었을까. 내가 꿈같은 전원생활 말고 서울 아파트 살기를 고집하는 이유를 살펴본다.



(1) 누구와 사는지가 중요하다


인생 후반부 주거지역과 살 집을 결정하는 문제는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건강 관리와 여가 활동 등 모든 일과 관련이 많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우선시할 점은 누구와 살 것인지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흔히 은퇴한 남자의 로망으로 ‘전원생활’이 꼽힌다. 꽤 오랫동안 인기였는데 최근에는 그 열기가 다소 수그러진 듯하다. 남자들의 야심에 찬 계획의 최대 적은 정작 배우자인 아내다. 여자들은 이제 가사에서 벗어나 도시에서 자유로운 생활을 즐기려 하기 때문이다. 은퇴 후 자신의 꿈과 로망을 우선시할 것인지, 배우자와의 생활을 택할 것인지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다. 간혹 혼자 전원생활을 즐기는 은퇴자를 볼 수 있는데, 진짜 간 큰 남자이거나 자연인 기질이 다분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대도시 부산 출신인 아내는 특별시가 주는 매력에 만족감이 높다. 지하철역과 웬만한 편의시설이 모두 집에서 5분 거리에 있어서다. 나는 시골 출신이라 그런지 전원생활에 선망이 있다. 서울 외곽이나 수도권의 타운하우스에도 눈길이 간다. 하지만 집안의 ‘일인자’로 부상한 아내에게 감히 도전(?)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내 꿈보다 아내와 함께하는 노후에 끌리는(끌려가는?) 중이다. 은퇴자의 행복도는 상당 부분 배우자에게 좌우되기 때문이다.



(2) 공부하면서 노는 데 최적의 장소


100세 시대가 다가오면서 전체 인생을 통해 꾸준히 뭔가를 배우고 학습하는 게 중요해졌다. 은퇴자에겐 말할 것도 없다. 성장하는 삶은 나이가 들어도 보람과 활력을 가져다준다. 현역 시절엔 엄두를 내지 못했던 일을 본격적으로 해볼 수 있는 시간이다.


퇴직 후 내가 자주 가는 곳은 도서관(평생학습관)이다. 도서관은 독서와 각종 영상물 시청, 다양한 교양강좌 학습에 최적의 장소다. 지난해 3월 퇴직한 후 수강한 평생학습 강좌가 30여 개에 이른다. 미식 인문학, 서양미술사, 어반 스케치, 여행작가과정, 유튜브 동영상 제작 등 종류도 다양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여기저기 도서관을 오가며 공부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요즘엔 전국 각지에 이런 평생학습 시설과 프로그램이 크게 늘고 있다.


아내도 나와 성향이 비슷해 좋은 강의를 즐겨 듣는다. 특히 시 쓰기, 글쓰기, 미술 등에 관심이 많다. 수업 중 만난 사람들과 정기적으로 별도의 글쓰기 모임까지 한다. 시 수업에서 만난 문우와는 친자매처럼 친해졌다. 도심의 몇몇 핫플을 다니며 지인들과 친목 모임에도 은근히 바쁘다. 대중교통의 장점을 만끽하는 것 같다.



(3) 삶의 우선순위, 건강 관리


건강은 인생 후반부로 갈수록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 은퇴자 최대 리스크는 ‘독립하지 못한 성인 자녀’와 함께 뜻밖에 찾아오는 ‘중대 질병’이 꼽힌다. 집 주변에서 운동을 꾸준히 하고, 몸 어딘가 불편하면 바로 의료진의 도움을 받는 게 좋다. 최근 들어 ‘운세권’이나 ‘병세권’이 떠오른다는 뉴스까지 나온다. 근거리 생활권의 운동시설이나 병원(의료시설)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도시는 그런 점에서 장점이 많다. 지금 우리 부부가 사는 곳은 대규모 상가와 아파트촌, 편의시설이 밀집돼 있고, 대학병원까지 근거리에 위치한다. 집 뒤쪽에는 운 좋게도 구청에서 운영하는 문화체육센터가 몇 년 전에 들어섰다. 요가나 필라테스를 주 3회 수강하는 데 월 55,000원에 불과하다. 퇴직한 후부터 2년째 애용하는 곳이 됐다.



내게 어떤 점이 좋은지를 생각한다


대도시는 장점과 함께 단점도 무시할 수 없다. 교통체증이나 대기오염 같은 직접적인 문제부터 복잡한 도시 생활이 주는 스트레스도 만만찮다. 아파트 생활은 또 어떤가. 많은 사람이 사는 밀집 공간은 필연적으로 갈등이 발생한다. 우리 부부도 크고 작은 ‘층간소음 문제’로 시달리고 있다. 올해 초에 이사한 위층 부부가 공동생활의 에티켓에 개념이 없다.


중요한 건 내게 어떤 곳이 더 우선인지 하는 점이다. 그림 같은 전원생활과 편리한 도시 생활 모두 장단점이 뚜렷하다. 정답이란 있을 수 없고 나와 우리 가족의 생활방식에 따르면 된다. 사는 지역과 공간은 우리 삶의 질과 만족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 내게 맞는 적절한 집은 어디에 있을까 다시 한번 돌아보자.







* 표지 사진: pexels


#퇴직 #은퇴 #100세인생 #평생현역 #평생학습 #건축탐구집 #유튜브 #OTT #삼식이 #성인자녀 #중대질병 #은퇴리스크 #도서관 #평생학습관 #인문학공부 #운세권 #병세권 #전원생활 #아파트 #서울 #아파트

이전 13화 직장 동료는 친구가 아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