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성일 Apr 10. 2022

이런 시간을 미치게 갖고 싶었죠

- 자신의 공간에서 행복한 사람들의 이야기

그냥 이대로가 좋아요.

꼭 어떻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없고요.

그저 느리게 가는 인생을 살고 싶거든요.

천천히 쉬면서 가야

정성스럽게 사람을 대하는 힘이 생겨나죠.


꿈이랄 게 뭐 특별히 없어요.

이렇게 하루하루 즐기는 데 만족해요.

산속에서, 자연 속에서요.

명상이 뭐 별 건가요.

마음이 잠시 멍해지는 게 명상이죠.


인생을 너무 길게 볼 필요가 을까

조금씩 잘라서,

순간순간 만족하면서 사는 게 중요하죠.

오늘 노을 보고

다음 노을을 기다리면서요.


도시에선 뭔가를 계속해야 했죠.

맨날 누군가에게 쫓기듯 살잖아요.

할 일이 없어도 불안했고요.

근데 시골에 오고 나선 바쁜 일이 없어요.

뭐든 서둘러야 한다는 걸 잊은 지 오래죠.

오늘 못하면 낼 하면 되거든요.


이런 시간을 미치게 갖고 싶었던 적이 있었죠.

정말 이런 날을 날마다 꿈꾸던 때요.

왜 그렇게 바빴을까요.


봄에 꽃차 한잔 하면서 책 읽는 것

파란 하늘 속,

지나가는 구름을 보고 있어요.

눈 내릴 땐 나무로 불 피운 난로 옆에서 깜빡 조는 것


여행 가려고

돈 모으고 계획 짜고 그럴 필요도 없어요.

그냥 이렇게

여행 같은 삶을 살면 되는 거 아닌가요.

별이 쏟아질 듯 내리는 밤,

이런 하늘 아래서 숨을 쉬고 있다는 게

행복해요.


꿈꾸던 순간이 바로 지금이죠.




텔레비전을 거의 보지 않는다.

그나마 자주 보는 건 대략 2가지.

아내는 <건축 탐구 집>, 난 <한국기행>

집이라는 자기만의 공간에서 행복한 사람들,

우리나라 방방곡곡에서 작지만 소박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을

거기서 만난다.


좋아해서 각자 보다가,

어떤 날 둘이 앉아 같이 보다가,

지금은 양쪽으로 다 팬이 됐다.

"아무거나 틀어요."


그 사람들은 어떤 경지에 오른 것 같다.

표정이나, 말하는 거나 어쩌면 그리 편안해 보일까.  

자연과 가까이 살아서인지 뭐든 자연스럽다.

꾸밈이란 게 보이지 않는다.


다행이라면,

거기 나오는 사람들을 아주 조금씩, 닮아가는 느낌이 든다는 것.

아니, 닮고 싶어 하는 마음이

볼 때마다 조금씩 커져간다는 것이다.


10년 후쯤엔 어디서 사는 게 좋을까.

우리의 진짜 집은 어떤 집일까.

하나씩 머릿속에 그려보는 재미도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80대 어머니와 1시간 통화가 기본이라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