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성일 Aug 21. 2022

그 많은 카페, 뭘 보고 고르시나요?

요즘 출근길에 커피 마시는 재미에 빠졌다.

테이크아웃이 아니라 매장 안에서 즐기는 커피 얘기다.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에 텀블러를 애용했는데 어느새 까마득한 옛일 같다.  

   

매장 안에서 커피를 마시면 좋은 점,

무엇보다 갓 볶아낸 커피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다.

입안을 향기로 채우면서 온몸으로 스며드는 커피는

하루의 시작을 알리며 일순 몸과 정신을 깨운다.

머리와 마음속 여기저기를 톡톡 노크하는 것 같다.     

 

카페에서 나의 선택은 사시사철 한 가지 메뉴다.

따뜻한 아메리카노.

그 한잔의 커피를 마시기 위해 무더운 날씨엔 걷기를 자제할 정도다.

가볍게 움직인 몸을 덥히는 커피는 나를 아늑하고 평화로운 상태로 이끈다.

그래, 이 순간을 기다렸다.

나는 이제 ‘휴식 모드’ 속에서 여유로운 나만의 시간을 즐긴다.         

 

을지로와 종로를 오가는 길이라 주변에 카페가 많다.

종종 변화를 주며 새로운 집을 찾는다.

유명한 브랜드의 체인형 카페부터 가성비에 승부를 건 대중형 카페,

소박하고 정갈한 분위기의 로컬 카페까지

오늘 ‘나의 카페’를 고르는 재미가 쏠쏠하다.

나는 까다로운 고객일까. 가끔은 미련 없이 단골 카페를 바꾸기도 한다.     


최근에 자주 찾는 카페가 있다.

출근길 동선에 있는 레트로풍 건물이 눈에 띄어 들렀던 곳이다.

청계천이 바라다보이는 뷰가 시원하다.

약간 쌉쌀하면서 거친 듯한 커피 맛이 좋았다.

뷰가 좋고 맛도 좋은데 가성비까지 높다.

    

근데 몇 번 들르다 보니 못 볼 것(?)을 보고 말았다.

출근길이라 8시 전후로 30여 분 머무는 게 고작인데 꼭 그 시간에 청소한다는 것이다.

문은 7시에 여는데 직원 1명은 8시에 출근한다는 걸 알았다.

청소 당번이었나 보다.

청소기가 내 쪽으로 다가오자,

“손님 계실 때는 좀 피해서 하세요”

카운터에 있던 매니저인 듯한 사람이 말한다.      


같은 집을 몇 번 가다 보면

진짜 끌리는 집이 어디인지 자연스럽게 느끼게 된다.

위치와 장소, 맛, 분위기, 서비스, 가격 등 고르는 기준은 참 다양하다.

맛이 가장 기본적인 것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다시 가기 싫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서비스가 최악일 때가 아닐까 싶다.


점심에 가끔 혼밥을 즐긴다.

지난주에는 칼국수로 유명한 집을 찾았다.

무더운 날이라 콩국수나 판 메밀을 먹기 딱 좋은 날이었다.

들어가자 무심코 자리에 앉았는데, 젊은 직원이 다가와 불쑥 말한다.

“여기에 앉으면 안 되거든요. 혼자면 이쪽으로 오세요”

덩치에 눌렸을까. 아니면 말투에 놀랐을까.

엉겁결에 자리를 옮겨 앉았는데 먹는 내내 기분이 언짢았다.

다시는 그 집을 찾을 일이 없을 것 같다.


손님을 응대하는 직원들의 태도와 인상은 중요하다.

인간다운 느낌을 받는 서비스야말로 고객이 원하는 것이다.

유명한 브랜드형 카페에 가는 이유 중 하나는 표준화된 서비스일 것이다.

용모 단정한 직원이 상냥하게 우리를 맞이하니까.

“안녕하세요. S커피입니다~~”

끝을 살짝 올리며 인사하는 목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오늘도 여기저기 카페와 맛집을 지나친다.     

고르는 재미가 있지만 선택에 실패하면 대가는 씁쓸하다.

고객을 대하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고민할까.

그만큼 상대를 기분 좋게 하고

사람을 만족시키는 일은 그들에게도, 내게도 어려운 숙제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의 해방일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