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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식이타임 May 29. 2021

왜 요즘 글을 쓰지 않는 거예요?

글럼프 극복기

 비밀 인스타그램이 계정이 있었다. 누군가에게 털어놓기 어려운 고민이 생겼을 때, 하지만 어딘가엔 고백하고 싶었을 때, 적절한 사진과 글로 먹먹했던 감정들을 풀어냈다.


 어느 날, 비밀 계정을 발견한 친구가 제발 보여달라며 떼를 썼다. 난감했다. 옷 하나 걸치지 못한, 가면을 쓰지 못한 식이타임의 실체를 보여주는 일이었다. 거절이 힘들었던 나는 도저히 보여줘선 안 되는 글만 숨기고 팔로우를 받아줬다. 누드사진에 모자이크를 한 셈이다. 처음이었다. 누군가에게 내 글을 보여주는 건.


 "생각보다 괜찮은데? 계속 써봐!"


 의외였다. 글을 쓰고 공개하는 건 작가나, 똑똑한 사람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친구는 몇몇 게시물에 댓글을 달며 소감을 전했다. 그런 마음이 들었다.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용기. 누군가에게 보여줘도 되겠다는 자신감.


 그렇게 매일같이 쓰기 시작했다.


 요즘은 글을 쓰는 데 핑계가 많았다. 일이 많았고요. 과제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하지만 안 하던 게임을 할 시간은 있었고... 그냥 쓰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고 깔끔하게 인정하자!


 안 쓰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제목도 생각해보고 완성은 아니지만 적어도 보고. 늘 그렇듯 쓰는 일은 나의 가장 아픈 곳과 마주하는 일이었다. 남과 비교하려는 열등감, 이불킥을 하게 되는 이야기, 열렬히 사랑했던 이야기. 글쓰기는 확실히 용기로 가득 찬 구간보다는 좌절의 구간이 더 많은 작업이다.


 글럼프(글쓰기 슬럼프)로 괴로워하고 있던 나날이었다. 내 글을 읽고 있는 직장동료가 '왜 요즘 글을 쓰지 않는 거예요?'라고 물었다.


 "슬럼프인가 봐요. 요즘 글이 잘 써지지가 않네... 쓸이야기도 없는 것 같고...'

 "글을 읽다 보면 뭉클한 순간이 있더라고요. 글 잘 쓰니까 빨리 써주세요! 작가의 삶을 존중해주는 의미로 글에 나온 이야기는 모르는 척해줄게요. 요즘 정말 심심하거든요." 


 그녀의 말에 힘이 났다. 마음이 샘솟기 시작했다. 무엇이든 써보자는 마음. 알게 모르게 읽어주고 있다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대한 감사함.


 '이런 글을 보여줘도 될까, 응! 보여줘도 돼!'

 '내 글이 힘이 될까? 너 단 한 사람의 마음이라도 움직일 수 있으면 하겠다고 했었잖아!'

 그날 밤, 갖은 핑계를 일삼던 나를 물리치고 글을 썼다.


 때때로 그랬다. 내가 쓴 글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기도 했고. 내 글을 좋아해 주는 이들에게 되려 위로받기도 했다. 쓸 때마다 찾아오는 글럼프지만 적고 또 적으며 서랍장을 채워간다.


 나의 이야기가 누군가의 이야기가 되길 바라며.

 어느 날, 쓰지 못해 방황하고 있을 내가 위로받길 바라며.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한 문장을 선사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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