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 궁리' 대신 '솔직해질 궁리'
이게 얼마만에 받는 책 선물인가.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들은 선배가 책을 건넸다. 효리네 민박에서 박보검이 읽고 있어 히트를 쳤다는 그 책. '은유'작가의 <쓰기의 말들>이다. 처음엔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페이지를 넘길수록 남겨진 글들의 소중함이 더해졌다.
지금까지 세 번을 읽었다. 처음엔 쭈욱, 두 번째는 곱씹어서, 세 번째는 마음에 와 닿는 내용을 필사했다. '더 이상 쓸게 없다'는 생각과 마주할 때마다 소재를 떠올리게 했다.
이렇게 글쓰기의 여정을 시작한 지 두 달이 지나간다. 요즘은 글쓰기가 힘겹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쏟아지는 일들 속에 피곤은 극에 달했고 내 안에 있는 글감들이 바닥난 기분이었다.
글쓰기가 힘겨운 가장 큰 이유는 '쓰고 싶은 마음'과 '감추고 싶은 마음'이 공존한다는 것이다. 민낯 그대로 보여줘도 될지, 너무 찡찡대는 것 같지는 않은지 고민하다 보니 나아갈 수 없었다. 책에 나오는 말대로 '용기를 내야하는 구간'에 들어선 것일까? 드러내기엔 부끄러운 이야기들과 마주하고 있다.
어쩌면 용기란 몰락할 수 있는 용기다. 어설픈 첫 줄을 쓰는 용기, 자기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용기, 남에게 보여주는 용기, 다시 시작하는 용기...
<은유, 쓰기의 말들 중에서>
며칠 전, 배가 고파서 냉동실 문을 열었다. 한편에 수북이 쌓인 막대 아이스크림들 사이에서 바밤바를 골랐다. 뜬금없지만 바밤바 같은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박한 글. 하나만 먹기엔 아쉬워서 하나 더 꺼내먹게 되는 글. 한결같은 맛이 나는 글. 바밤바 포장지를 뜯으면 정말로 바밤바가 나오듯이 '솔직한 글'을 말이다.
'쓸 궁리' 대신 '솔직해질 궁리'를 해야겠다.
나를 포장하는 모습들은 가볍게 벗겨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