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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식이타임 Aug 27. 2021

나의 미역국 도전기

미역국을 끓여봤습니다

음... 미역국 해줘!


 생일날 뭐하고 싶냐는 물음에 여자 친구는 미역국을 해달라고 했다. 가고 싶은 곳이 있는지 물어본 거였는데 당황스러웠다. 똥 손인 나에게 요리는 멀게만 느껴졌기 때문이다.


 사실, 미역국을 한 번 끓여본 적이 있다. 중2병이 걸렸던 시절 엄마의 생일을 맞아 미역국 만들기에 도전한 것이다. 미역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었던 나는 미역 한 봉지를 전부 물에 넣어 불렸고 작았던 미역이 엄청난 부피로 불어날 수 있음에 경악을 금치 못하며 그대로 팔팔 끓였다. 역시나 미역국 맛은 별로였고 애써 맛있게 먹으려는 엄마의 표정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미역국 끓이기에 실패했던 씁쓸한 기억 때문인지 두려운 마음이 앞섰다. 그렇다고 여자 친구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 스물여덟 연애 인생의 데이터를 돌려본 결과 여기서 안된다고 말하면 대참사를 불러일으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유튜브에 '미역국 끓이기'를 검색했다. 역시나 백종원 아저씨가 친절하게 영상을 만들어두었다. 시간도 그리 길지 않았다. "참 쉽쥬?"라는 그의 한마디에 왠지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용기를 잔뜩 얻었다.


 드디어 여자 친구의 생일, 아침에 장을 보고 저녁에 미역국을 끓이기 시작했다. 고기를 익히다 포장지가 냄비에 눌어붙어서 냄비를 다시 사 오는 수고를 했지만 결국 완성. 내 손으로 한 음식에서 정말 미역국 맛이 나니 신기했다.

콩불은 덤이다.

정말 맛있었는지는 모르겠다. 기쁜 마음으로 먹어주는 모습에 뿌듯함이 밀려왔다. 요리, 이래서 하나보다.


 이 글을 빌어 백종원 아저씨에게 감사드린다. 혹시 요리를 못하거든 무조건 백종원 유튜브를 보시면 된다. 정말 대단한 일을 하고 계신다. 맛있게 먹어준 여자 친구에게도 감사하다. 생일 축하해!


 이젠 사랑하는 사람들의 생일이 오면 매번 미역국을 만들어야겠다.  번도  해보셨거든 도전해봐도 좋을  같다. 그렇게 도전한 미역국이 완성될 때 쯤 뿌듯한 마음이 든다면 그의 멋진 한 마디를 외쳐보시라.


어때유! 참 쉽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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