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일 년
11월이 다가온다. 두어 달 남은 한 해를 돌아보며 후회 섞인 탄식을 뱉을 타이밍이 왔다는 말이다. 생각해보니 "올해는 정말 나이스 했어!"라고 자신 있게 외쳤던 때가 언제였는지 모르겠다. "벌써 일 년이 가버렸다"고 넋두리를 늘어놓고 있을뿐.
반복되는 푸념의 굴레를 끊고자 본인은 올해 후회만큼은 남기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살았다. 그래서 지금까지 무엇을 했냐고 물어보면 가슴이 먹먹해지고 후회는 없냐고 묻는다면 얼굴이 뜨거워지기도 한다.
오래간만에 친구들과의 술자리였다. 불알친구부터 백신 맞고 골골대느라 안 온다던 녀석까지 내 결혼 소식을 듣고 헐레벌떡 모였다.
"이야, 벌써 결혼을 하네."
"시간 진짜 조올라 빠르지 않냐?"
"벌써 이제 11월이야. 내년엔 스물아홉. 흑흑 곧 서른"
"난 95임. 내년 스물여덟 개이득!"
쏟아지는 친구들의 푸념 사이로 한 녀석이 말했다.
"그래도 식이 결혼하는 거 보면 일 년 동안 많은 걸 할 수 있긴 하네!"
녀석의 말을 듣고 보니 생각보다 많은 일을 했다. 종종 글을 쓰며 미친 듯이 도망가는 시간을 붙잡아 기록했다. 언제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려나 초조했던 장면에서 불같은 사랑을 시작한 순간을 지나 연말엔 결혼을 한다.
집에 가는 길 '작년 이맘때의 내가 감히 상상도 못 할 일이 펼쳐지고 있지 않아? 짜식 마이 컸네!'라고 되뇌며 이래나 저래나 어제보단 오늘이 낫고 생각했다.
'일 년이라는 시간은 길까?'라는 질문에 섣불리 길다고도 짧다고도 할 수 없을 것 같다. 아무튼 확실한 건 살아있는 우리 모두 그 시간 속에서 애쓰고 있다는 거다.
남은 한 해, 벌써 일 년이 지났다는 아쉬움은 피할 수 없겠지만 너도 나도 나이스 한 일 년이 되길 바란다.
결국, 우리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다.
"오늘 하루를, 그리고 순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