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일상
뱃속의 아이가 잘 자라고 있는지 아내의 배가 제법 부르기 시작했다. 아이가 커진 만큼 소화가 잘 안돼서 매일 1시간씩 산책을 하곤 한다. 밖은 너무 추우니 가끔은 따뜻한 실내를 걷자고 하며 서점에 들렀다. 진열된 가지각색의 책들을 바라보며 오랜만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이리저리 눈동자를 굴리다 한편에 자리 잡은 책 한 권을 골랐다. 이문재 시인의 시집. 우연히 알게 된 '농담'이라는 시가 좋아서 외우고 다니곤 했기에 강한 끌림을 느꼈다.(아내가 가고 싶다던 펜션의 사진에 등장했던 시집이기도 했다.)
집으로 돌아가 방바닥에 누워 한참을 읽었다. 마음에 여유가 없으면 빠르게 페이지를 넘기려는 마음이 가득한데 오늘은 달랐다. 몇 번을 곱씹어 읽었다. 실컷 읽고 싶은 마음을 억눌러 덮어둘 수 있는 책이 있다는 것. 읽을수록 써내고 싶은 이야기들이 떠오른다는 것이 참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덮었다.
나는 무엇이어야 하는가.
우리는 무엇을 더 할 수 있는가.
그러다 보니 지금 여기 내가 맨 앞이었다.
-시인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