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닮은 당신
늘 냉장고에서 날 기다리던 아이스크림이 사라졌다.
'응...? 왜 없지?'
조그맣던 동생이 아이스크림을 혼자 꺼내먹을 만큼 자란 것이다. 동생은 늘 먹는 것에 있어서 나보다 빨랐다. 온전히 내 소유였던 간식들이 하나둘씩 사라지는 나날 속에 어린 나는 분노했다.
동생에 대한 질투는 행동으로 드러났다. 동생이 잠을 자고 있으면 보드마카를 가져와 얼굴에 고양이 그림을 그렸다.
"킥킥." 역시 고양이 그림엔 수염이 빠질 수 없다.
아빠에게 혼나긴 했지만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일이었다.
식욕에서 만큼은 동생을 따라갈 수 없었다. 분식집에서 이천 원어치 어묵을 시키면 절반 이상은 동생 몫이었다. 덕분에 동생은 '폭풍성장'했고 어느새 내 키와 비슷해졌다. 덩치가 비슷하다 보니 늘 티격태격했다. 나는 '돼지'라고 놀렸고 동생은 울면서도 아픈 주먹을 꼬박꼬박 날렸다.
'4살 차이는 궁합도 안 본다.'는 말은 연인 사이에서나 통하는 말인 것 같았다. 4살 차이 나는 동생과 나는 정말 달랐다. 일찌감치 학교에 가는 나와 달리, 동생은 지각쟁이였다. 나는 집에 오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수다를 떨었지만 동생은 꼭 필요한 말만 했다. '한 뱃속에서 나온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생김새도 성격도 정반대다.
우리가 마지막으로 싸웠던 게 언제일까? 점점 커가면서 싸우는 일이 줄어들었다. 난 대학에 갔고 동생은 고등학교에 가고부터 열심히 학교에 다녔다. 어느 날 새벽같이 학교에 나서는 동생을 보며 '이 녀석도 나름의 방식으로 성장하고 있었구나.'라고 생각했다.
동생은 간식을 가져가던 만큼이나 손이 빠르다. 부모님 일을 도와드릴 때면 어떤 일이든 척척 해결한다. 책상에 앉아 공부만 하던 나와는 다르다. 동생은 실전파다!
어릴 땐 과연 내 동생이 연애는 할 수 있을까 걱정했다. 오히려 그 시간에 날 걱정하는 게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집에선 무뚝뚝한 동생이지만 방 안에서 남자 친구에게 보내는 애교 섞인 목소리가 새어 나올 때면 그래도 밖에선 애교 많은 사람이구나 싶다.
(몸무게도 인생 최소 몸무게를 기록하고 있다. 아마도?)
"엄마가 김치부침개 해놨는데! 먹을래?"
"응~"
"네가 부칠래?"
"내가?"
"내가 부치면 맛없을까 봐^^."
"오빠가 부치기 귀찮아서 그런 건 아니고?"
찔려서 프라이팬에 열을 가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얼굴에 고양이 그림을 그리며 "킥킥."대던 모습을 반성하고 좋은 오빠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돼지'라는 말도 하지 않는다. 동생을 웃게 하는 방법이 있다. 용돈이다. 녀석의 시크함도 용돈 앞에선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여전히 오빠 노릇은 어렵다.
엄마가 만삭의 몸으로 병원에 간 뒤, 하루를 꼬박 지나
동생을 데려온 날이 생각난다.
"네 동생이야."
'우린 얼마나 닮았을까?'
한 참을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