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제대로 일하고 싶다!
더워진 날씨 만큼이나 학교도 바쁘게 돌아간다. 학기말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여름방학 전까지 아이들의 생활기록부를 작성하고 맡은 업무를 마무리 해야 한다.
아이들을 보내고 난 뒤 일을 하고 싶지만 우리학교는 학생수가 많은 과밀학급이다. 수업이 끝나면 늘봄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해 교실을 비워주어야 한다. 연구실에 컴퓨터가 있긴 하지만 3대를 6명의 선생님이 나누어 써야하는 환경이기에 마음은 점점 조급해진다.
허겁지겁 수업을 하고 쉬는시간 10분 동안 일을 하는 나에게 날아온 공문은 하루이틀만에 계획을 세워 보고하라며 요구하곤 한다. 어느새 나는 아이들의 얼굴 보다 모니터를 더 많이 보는 선생님이 되어있다.
2학년 아이들은 쉬는시간에도 찾아와 이러쿵 저러쿵 말을 걸곤 한다. 친구와 싸워서 오기도 하고 사소한 고자질도 하러 온다. 이야기 폭탄이 쏟아지면 집중이 흐트러지고 나도 모르게 신경이 예민해진다. 어쩔 수 없다... 한 쪽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리기 스킬을 사용할 수 밖에.
모니터를 바라본 채 대답하는 내 모습을 견딜 수 없었는지 채은이가 한마디 했다.
"선생님은 왜 일만 해요?!!!"
옆에서 쫑알쫑알 떠들던 채은이가 휙- 자리를 떴다. 쉬는시간에 일일이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란 등산하는 것 만큼 힘든 일이지만 “왜 일만 하냐”거나 “왜 이렇게 바빠요?”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모니터 화면에 갇힌 나를 돌아본다.
무언가 중요한 목소리를 놓치진 않았는지, 눈은 마주치며 들어줄 수 있는 마음의 여유는 몇 살정도 먹어야 생기는지, 오로지 아이들에게 집중할 수 있는 학교의 환경은 언제쯤 구축할 수 있을지. 학교는 선생님들에게도 숙제 투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