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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도 나름 할 줄 아는 게 많아요

by 식이타임

“아빠, 오늘 어린이집 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4살 아들이 묻는다. “그럼! 가야지!”라는 말엔 곧장 짜증을 내거나 한숨을 쉰다. 왜 그렇게 가기 싫냐고 물으니 엄마, 아빠가 보고 싶단다. 나는 일하며 아들이 뭐 하고 있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을 때가 많은데. 아들은 엄마, 아빠 생각을 하는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침마다 등원으로 씨름하는 건 늘 어렵다.


폭풍 같은 등원을 마치고 교실로 향한다. 역시나 아홉 살 녀석들이 시끌벅적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자리에 차분히 앉지 못하고 돌아다니며, 수업을 시작할 때가 되면 ”지금 쉬는 시간이에요? “라고 물어보는 녀석들. 똑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하루를 보내다 보면 마치 교실에 있는 시간이 육아의 연장선 같다는 생각을 한다.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동그라미 해보세요”


오늘의 수업주제였다. 2학년 아이들은 얼마나 많은 일들을 스스로 할 수 있을까? 책을 가득 메운 동그라미들이 눈에 들어왔다. 양치도 하고 책가방도 싸고 설거지도 돕고 누가 데려다주지 않아도 두 발로 직접 학교에 온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설마, 너희 스스로 샤워도 할 줄 알아?”

“그럼요! 당연하죠! 저희도 나름 할 줄 아는 게 많아요!”


새삼 아이들이 대견해 보였다. 우리 아들처럼 아침마다 울지도 않고 머리도 감고 무사히 학교에 와주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아이들을 좀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바라봐야겠다고 다짐했다. 이미 많은 일들을 해내는 존재니까.


오늘 아들이 하원하면 아침에 짜증내서 미안하다고 진심으로 사과해야겠다. 아들도 나름 분주히 노력하는 중이었겠지? 언젠가 스스로 일어나 씻고 가방을 챙겨 “다녀오겠습니다!”하며 씩씩하게 학교에 가는 날이 올 것이다.


아이들은 종종 답답하고 편협한 나의 시야에 신선한 시각을 주곤 한다. 누군가의 가능성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도록. 분주히 성장하는 모습 앞에 한숨을 내뱉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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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