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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는 말 없이도 사랑을 표현하는

사랑을 먹고사는 사람

by 식이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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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윤이가 전학을 왔다. 전학생을 받는 건 정말 오랜만이다. 분명 소윤이만큼이나 나도 긴장이 되었을 것이다. 친구들과 잘 지내길 바라며 수업을 하면서도 쉬는 시간에도 소윤이의 이름을 자주 불렀다. 다행이다. 금세 친구들이 생기고 적응도 잘하고 있다.


급식을 먹을 때였다. 우연히 소윤이가 내 앞에 앉게 되었다. 어쩐지 앞통수가 따갑더라니, 소윤이가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밥을 먹는 것이 아닌가. 이리저리 시선을 피해 다른 곳을 쳐다보아도 할 수 없었다. 내 시선을 따라 허공에 직선을 그려보며 내가 어디를 쳐다보는지 확인하곤 했다. 집으로 돌아가 아내에게 말하니 "어떡해, 여보가 너무 좋은가 봐!"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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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는 시도 때도 없이 옆으로 다가온다. 그러곤 학교에 없는 동안, 그러니까 나와 떨어져 있던 시간 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주절주절 늘어놓는다. 솔직히 그렇게 재밌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예의상 과도하게 재밌다는 리액션을 하주면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자리로 돌아간다. 오늘도 역시 다가온다.


"선생님 있잖아요. 재밌는 이야기 해줄까요"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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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밥을 굉장히 늦게 먹는 편인데 보통 아이들이 다 먹고 자리를 비우고 나서도 밥알을 입에 머금곤 한다. 어쩌면 학교에서 혼자 편하게 있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시간이다. 올해는 윤아와 주은이가 밥을 다 먹고 나서는 내 앞자리에 앉는다. 밥을 남기면 남긴다고 다 먹으면 많이 먹는다고 잔소리를 한다. 영양사 선생님은 "선생님 좀 편하게 밥 먹게 내버려 두지 그래"라며 내 말을 대신해 준다.


잔반을 비우고 급식실을 나서면 녀석들이 다가온다. 그러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교실까지 함께 걷는다. 때로는 귀찮을 때도 있지만 즐거울 때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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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엔 아이들에게 상처를 많이 받았다.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었고 어떻게든 올바르게 성장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나온 모든 노력이 부정당한 기분이었다. 도망치고 싶었지만 꿋꿋이 버텼다. 요즘은 그렇게 버틴 노력에 대한 보상이라도 받듯이 듬뿍 사랑을 받는다.


아이들은 대단하다.

사랑한다는 말 없이도 사랑을 표현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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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