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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고 싶은 선생님

by 식이타임

학교는 매년 같은 학년을 맡는 선생님들이 바뀐다. 한 학교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면 원하는 학년을 고를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지만 처음 오거나 근무한 연차가 낮다면 원하는 학년을 고르기 쉽지 않다. 종종 친해진 동료 선생님과 함께 같은 학년을 신청하기도 하지만 바람과는 달리 서로 다른 학년을 가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매년 새로운 선생님들과 어색한 공기 속에서 학기를 시작한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학교에서 막내를 담당했는데, 어느새 나보다 어린 선생님들이 학교에 절반이 넘는다. 혹시나 꼰대 같은 인상을 주지는 않을까? 말도 조심, 행동도 조심한다. 후배 선생님들을 신경 쓰다 보면 웃어른을 대하는 것보다 어린 사람들을 대하는 것이 더 어렵다는 것을 깨닫곤 한다.


올해 우리 학년엔 엄마뻘 되는 선생님이 계신다. 나는 그 선생님을 마음속으로 '엄마쌤'이라고 부른다. 엄마쌤은 정말 '엄마'같다. 내 앞가림하는 것도 벅찬 나와는 반대로, 엄마쌤은 남몰래 연구실을 청소해 주시고 맛있는 간식도 챙겨주시기 때문이다.


선생님이 가장 존경스러울 때가 있는데, 바로 무엇이그든 배우려는 모습이다. 기술의 발달에 따라 학교에서 사용하는 수업 도구도 업무도 빠르게 변화한다. 엄마쌤은 언제나 모르는 것이 있으면 자신 있게 물어보신다. "이거 어떻게 하는지 알아요?" "아유, 모르면 직접 해보며 공부해야지!"


"나는 그런 거 잘 못해."라며 옆 사람에게 부탁할 수도 있을법 한데, 엄마쌤은 그렇지 않다. 매일 새로운 수업을 고민하고 수고스러운 작업도 거뜬히 해내신다.


내심 엄마쌤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고 계실지 생각해 본다. 깔끔하게 옷을 차려입고 남보다 일찍이 교실문을 여는 모습. 아들뻘 되는 선생님들을 배려하고 동등한 입장으로 바라보는 마음.


‘나도 이렇게 나이를 먹을 수 있을까?’라고 나에게 물어본다. 그러곤 다짐한다.


‘엄마쌤처럼, 멋진 아빠쌤이 되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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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