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살 마음사전
아이들과 함께 '아홉 살 마음사전'을 읽었다.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를 적절한 예시를 통해 설명해 주는 책이다. 아직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로부터 질문이 쏟아졌다. '그립다'를 설명하기 위해선 '보고 싶다'는 말을 꺼내야 했고 '보고 싶다'는 감정을 설명하기 위해선 '그립다'는 단어로 설명해야 했다.
"선생님, 좋아한다랑 사랑한다의 차이가 뭐예요?"
그중에서 서로를 충분히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있었는데 '좋아하다'와 '사랑하다'였다. "선생님도 아직까지 정말 헷갈리고 어려운 내용이야!"라며 애써 대답했다. '좋아한다' '사랑한다'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오랜 시간 동안 머릿속을 맴도는 질문이다.
‘좋아한다와 사랑한다의 차이가 뭘까?’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들은 모호한 경계선을 가지고 있다. '감격스럽다'와 '뭉클하다' 비슷하지만 '감격스럽다'가 아니면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있고 '뭉클하다'가 아니면 대신할 수 없는 순간이 있다.
우리가 가진 감정은 하나로 콕 집어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모호하기에 나타내는 말들도 다양할 수밖에 없나 보다. '좋아하다'와 '사랑하다' 역시 김이나 작가의 말처럼 "엄청난 차이가 있어!"라고 하기엔 별반 다르지 않고 "그다지 차이가 없어!"라고 하기엔 달라서 차이를 설명하기가 여간 어렵다.
"말하자면 이런 것 같아."
삐뚤빼뚤한 글씨로 가득 찬 편지를 건네는 너희들. 나는 편지를 좋아하고 너희들의 정성을 사랑해. 급식을 먹고 선생님이 나올 때까지 문 앞에서 기다리는 친구들. 선생님 팔에 매달리는 것은 왠지 귀찮고 좋아하지 않지만 애써 기다리는 마음을 사랑해. 너희들을 크게 혼내는 날. 잔소리는 안 좋아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웃으며 다가오는 모습을 사랑해.
한 가지 확실한 건, 감정은 마음껏 부딪혀봐야 알 수 있는 것 같다. 실컷 좋아해 보고, 실컷 사랑해 봐야 한다. 애써 터져 나오는 감정을 참아보기도 하며 나만의 의미를 만들어내야 한다. 아직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고민하고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는 순간의 연속일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실컷 좋아하고 마음껏 사랑해 봐야 알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