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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은 실망했다

by 식이타임

2014년 4월 16일. 나는 교육대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었다. 수업을 듣는 동안 세월호 사건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알았고 안전하게 구조되었다는 뉴스를 확인하고 나서야 친구들과 맥주를 마시러 갔다. 아니 웬걸, 집에 돌아갈 때 마주한 건 304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는 비보였다.


그렇게 2년 뒤, 교사가 되었다. 학교 현장에서 마주한 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생존수영 교육을 하는 것이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이후로 2015년부터 의무적으로 실시하게 된 것이다. 참 바보 같은 발상이라고 생각했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학생들은 수영을 못해서 죽은 게 아닌데... 생존수영 교육은 마치 희생자들이 바다에서 헤엄치지 못해 죽은 것 마냥 진실을 왜곡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1년이 넘었다. 해마다 4월 16일이 되면 반드시 세월호 참사에 대해 아이들과 알아보고 이야기를 나눈다. 너희들이 받는 생존수영교육은 세월호 참사로 인해 생겼지만 절대로 형, 누나들은 수영을 못해서 세상을 떠난 게 아니라고.


최근, 늘봄교실을 강사를 통해 아이들에게 왜곡된 역사를 주입하려고 했던 리박스쿨 사건이 발생했다. 교육현장은 늘 이런 식이다. 잘못된 어른들의 생각으로 아이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본다. 어떤 세력이 정권을 차지하느냐에 따라 교육정책도 교육의 방향도 쉽게 바뀐다. 충분한 준비기간 없이 막대한 예산을 들인 AI교과서만 봐도 정말 아이들을 위한 교육에 관심이 있기는 한 것인지 의문이 드는 요즘이다.


자신의 과오를 덮는다거나, 이익을 좇기 위해 아이들을 위한 교육을 가로막는 모든 사람들에게 분노를 담아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선생님은 실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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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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