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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식물리에 Mar 05. 2024

공원의 위로

'솔비투르 암불란도 Solvitur Ambulando'는 언제나 옳다

식물리에서가 3월 북큐레이션 '산책하기 좋은 날'

매월 하나의 주제로 서가의 책을 준비합니다.
산책하기 좋은 계절인 봄을 맞이하여 3월은 '산책'을 주제로 책을 선정했습니다.
선정한 책은 매주 한 권씩 추천과 리뷰를 전합니다.
매월 책과 함께 '즐길거리'도 챙겨드려요(인스타그램을 통해 공지)


식물리에서가 3월 책목록

<공원의 위로> 배정한 지음, 김영사

<식물 산책> 이소영 지음, 글항아리

<나무 따라 경주 걷기> 김재웅 지음, 마인드큐브

<걷는 사람, 하정우> 하정우 지음, 문학동네





식물리에 추천

#주말 #공원 #산책 #도시조경 #도시공원


1. 바깥나들이로 에너지를 충전하고 싶은 분에게 추천합니다.


주말인데 집에만 있기에는 답답하고 아쉬운 마음이 든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붐비는 곳을 굳이 찾아가고 싶지는 않다. 콧구멍에 바람을 쐬주고는 싶고, 몸과 마음에 에너지도 충전하고 싶은데 막상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때가 많다. 핸드폰을 켜고 여기저기 검색을 하다가 어느새 나갈 타이밍을 놓친다. 이렇게 그대로 침대에서 주말을 보낸 경험이 있는 분에게 추천한다.  


우리가 눈치채지 못했을 뿐 도시에는 크고 작은 공원들이 늘 곁에 있(어왔)다. 많은 공원들 중에서도 '어딘가 갔다 왔다'라고 느낄만한 공원을 찾는다면 당장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특히 책의 가장 끝에는 저자가 추천하는 공원 큐레이션이 실려있다. '지극히 주관적으로 뽑은 공원 스무 곳; 이럴 땐 이런 공원 20'을 참고한다면 올해 남은 주말 일정의 반은 이미 정해진 셈이다.


공원은 도시의 켤레다.

2. 공원을 조경학적 시각으로 경험하고 싶은 분들에게 권합니다.


조경학적 시각이라는 표현이 다소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책은 전혀 어렵지 않다. 오히려 아주 술술 읽히는 책에 가깝다. 책 <공원의 위로>는 저자 배정한 교수님이 2018년부터 '도시와 공원'을 주제로 쓴 칼럼을 엮은 것으로 한국뿐만 아니라 교수님이 경험한 외국 공원에 대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공원을 주제로 한 책은 많지만 굳이 <공원의 위로>를 권하는 이유가 있다.


편하게 읽히는 글이지만 도시조경 전문가의 시각으로 도시공원의 기능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공원에 대한 역사나 다른 이야기도 좋았지만 여러 버전의 '공원은 ㅁㅁ이다'라는 저자의 정의를 따라 읽다 보면 공원이 나와 도시민들에게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새삼 느낄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양재천



공원의 위로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가보고 싶은 공원별로 골라서 읽어도 좋고 저자가 묶어놓은 테마를 따라서 한 부분씩 읽어도 좋다.


1부, 나의 공원을 찾아서 中

<당신의 공원은 어디입니까> 시애틀 가스워크 공원


p.17
낯선 도시에 짐을 푼 다음 날, 떨리는 마음을 쓸어내리며 가스워크 공원으로 향했다.
...
공원 안에 남긴 공장 건물의 의미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참여의 환경미학이라는 이론적 해석도 필요 없었다. 사람이 아닌 장소에도 첫눈에 반할 수 있다니.


누군가 '당신의 공원은 어디입니까?'라고 질문했을 때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당신의 공원'이라는 질문에서 공원이라는 공간이 가지는 의미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족과 연인과의 '피크닉 장소'가 될 수 도 있고, 퇴근 후나 주말 오전의 '산책로'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저자의 경험처럼 첫눈에 반하거나 여러 번 가다 보니 정이 들어버린 공간일 수도 있다.


나에게 공원은 '쉼'의 공간이다. 별 생각 하지 않고 벤치에 앉아 멍 때릴 수 있는 공간이다. 그래서 앞선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은 서울에서는 양재천이었고, 천안에서는 아직 찾지 못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의 공원은 어디일까 궁금해진다.



오산 물향기수목원



2부, 모두를 환대하는 공원 中

<공유정원의 실험> 타임워크명동 녹녹


정원은 도시인의 영원한 로망이다.

p.125
녹녹의 가장 큰 특징은 정원의 소유 대신 정원의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소유'를 통해서 경험하게 할 것인가, '소유하지 않고도' 경험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식물일을 시작하면서 늘 마음속에 걸려 있던 부분이다. 특히 아뜰리에를 운영하며 식물을 키우고 싶지만 여건이 어려운 손님들의 아쉬움을 들을 때마다 이 고민은 깊어졌다. 그리고 고민의 폭을 화분에 담긴 식물이 아니라 '땅'이 필요한 '정원'으로 넓히면 마음이 더 복잡해진다. 그런데 녹녹의 실험적인 프로젝트를 통해서 '이렇게도 정원을 공유할 수 있구나!'를 알게 되었다. (자세한 내용은 책을 직접 읽어보면 좋겠습니다^^)




3부, 도시를 만드는 공원 中

<다시, 변신을 꿈꾸는 엘리제의 들판> 파리 샹젤리제


p.235
복잡한 이해관계가 치열하게 얽힌 도시 혁신에 낭만의 정원을 대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우리는 자연의 외피를 흉내 내며 녹색을 앞세운 계획들이 졸속의 과시적 행정으로 치달은 선례를 숱하게 목격하지 않았던가.


저자의 날카로운 목소리는 책의 중간중간에 실려 있는데, 선거 운동 기간이어서 그런지 이런 시각을 접하며 공공녹지에 대한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를 어떻게 주장하고 실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조금 더 발전적이고 구체적인 고민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천안 성성호수공원



4부, 도시에서 길을 잃다 中

<걷다 보면 해결된다>


Solvitur Ambulando

솔비투르 암불란도


'걷다 보면 해결된다'는 뜻의 라틴어 경구라고 한다.


어쩌면 이 문장이 저자가 책을 통해 가장 하고 싶은 말일지도 모른다. 책의 앞날개에 저자는 자신을 '공원 걷는 사람'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그만큼 걷기를 좋아하고 도시에서 걸을 만한 최고의 장소는 공원이기에 이 책을 쓴 것이 아닐까? 그리고 나 역시 이 문장에 깊게 공감한다.


머리가 복잡할 때는 걷는 것이 최고다.


문제를 해결하려고 걷는 것도 아니고, 걷는다고 고민에 대한 명확한 답을 얻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경험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충분히 걷다 보면 이상하게 걱정이 사그라들고 작지만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올봄에는 이런저런 이유를 붙여서라도 공원으로 산책을 나가보길 권한다. 근처의 공원도 좋지만 더 많은 공원에 가보고 싶다면 책 <공원의 위로>를 참고하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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