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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식물리에 Mar 12. 2024

식물산책

식물학 그림을 그리는 이소영 작가의 식물산책기


식물리에서가 3월 북큐레이션 '산책하기 좋은 날'

매월 하나의 주제로 서가의 책을 준비합니다.
산책하기 좋은 계절인 봄을 맞이하여 3월은 '산책'을 주제로 책을 선정했습니다.
선정한 책은 매주 한 권씩 추천과 리뷰를 전합니다.
매월 책과 함께 '즐길거리'도 챙겨드려요(인스타그램을 통해 공지)


식물리에서가 3월 책목록

<공원의 위로> 배정한 지음, 김영사

https://brunch.co.kr/@sikmmulier/123

<식물 산책> 이소영 지음, 글항아리

<나무 따라 경주 걷기> 김재웅 지음, 마인드큐브

<걷는 사람, 하정우> 하정우 지음, 문학동네



#식물리에 추천


국내외 여행 장소로 식물이 가득한 공간을 찾고 있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식물학 그림을 그리는 이소영 작가가 다양한 식물을 보기 위해 직접 방문한 국내외의 다양한 곳이 소개되어 있다. 특히 '양치식물을 보기 위해 한국도로공사수목원(옛 전주수목원)' 또는 '싱가포르식물원에는 생강정원'이라는 식으로 특정 식물군을 보기 위한 곳, 특정 수목원, 식물원에서는 어떤 식물을 보면 좋은지에 대한 소개가 담겨 있다. 아직 아무 계획이 없다면 이 책을 읽으며 여행계획을 짜보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 된다. 참고로 이 책에는 총 16곳(국내 5곳, 국외 11곳)이 소개되어 있다.



p.7
이 책을 읽는 독자도 나와 같은 경험을 하길 바란다. 책을 덮었을 때, 식물이 있는 곳을 찾아가 그들을 만나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를, 그냥 지나쳐왔던 주변의 식물을 한 번 더 돌아볼 수 있게 되기를, 식물을 더 사랑하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기록들을 책으로 엮는다.





식물세밀화 vs 식물학 그림


풍경이 넓게 펼쳐진 책 속 사진들을 보며 이소영 작가님은 어떻게 식물세밀화가가 된 걸까 조금 의아했다. 지금까지 식물세밀화란 현미경으로 관찰해야 겨우 보이는 식물의 작은 부분들을 그림으로 남기는 작업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 이 책에 담긴 사진이나 이미지들이 으레 시야가 좁은 느낌일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해 버린 것이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니 이런 편견에 의한 의구심은 식물세밀화라는 용어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게 되었다.


저자도 '식물세밀화'라는 표현을 쓰긴 하지만 이는 조금 잘못된 표현이라고 한다. 우리가 요즘 알고 있는 식물세밀화는 식물을 아주 자세히 그린 극사실주의적 그림이라고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 그림들은 주로 연구용 목적으로 식물 개체별 특성은 축소하고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특징을 확대하고 강조해서 그리는 '해부도'라고 한다. 그래서 저자는 우리가 영어로 'botanical art, botanical illustration'으로 알고 있는 이미지는 '식물학 그림'이라는 표현을 써야 한다고 말한다.


'종의 보존'을 위해 그려지는 식물세밀화(편의를 위해 이 용어를 계속 씁니다)는 식물의 한 부분씩 자세히 들여다봐야 하는 것은 맞지만 결국에는 그 식물이 속한 집단의 특성을 나타내기 위해 오히려 넓게 봐야 하는 것이었다. 이런 생각이 들자 책에 담긴 사진들이 특정 개체보다는 풍경을 담은 사진이 더 많은 것이 저절로 이해가 되었다.


p.31
언제 어디서든 꿋꿋하게, 그리고 묵묵히 주어진 일을 하며 생장하다 보면 언젠가 내가 원하는 곳까지 씨앗을 퍼뜨리고, 뿌리도 저만치 내뻗을 수 있다는 것을 광릉숲의 식물들로부터 배웠기 때문이다.





식물산책


식물세밀화에 대한  오해가 풀렸다면 이 책을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책에는 당연히 저자가 직접 그린 식물세밀화도 있지만 그보다 더 책을 추천하고 싶은 이유는 저자가 다녀온 다양한 곳을 소개하고 싶어서이다. 다양한 식물을 그리기 위해 다양한 수목원, 식물원을 방문한 이소영 작가님의 방문기와 생각들을 전부 공유하고 싶다.


책에 실린 국내외의 초록 풍경들은 딱 내가 보고 싶은 풍경들이라서 무척 놀랐다. 종종 어떤 사진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그 순간을 찍었는지 느껴질 때가 있다. 이 사진들과 책의 곳곳에 실린 식물에서 배우고 싶다는 작기님의 생각들이 아마 이 분도 나와 같은 시선으로 식물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p.7
가장 좋아하는 일은 직업으로 삼으면 안 된다고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식물을 만나면 만날수록, 보면 볼수록 그들을 더 사랑하게 된다. 내가 만난 식물은 모두 한번 뿌리내린 자리에서 묵묵히 제 할 일을 하고 있었다. 누가 보지 않아도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그런 모습을 보면, 그들을 닮고 싶어 진다. 그들 곁에서 나도 언제까지나 묵묵히 이 세상의 식물들을 그림으로 기록하고 싶다.



당장 이번 주말 서랍 속 루페를 꺼내 공원으로 가야겠다!


p.97
식물의 삶을 관찰하다 보면, 눈에 보이는 모습은 그 식물의 삶에서 지극히 일순가의 장면이라는 것, 뿌리나 열매 같은 기관은 생의 어느 순간을 보여줄 뿐이라는 걸 알게 된다. 그들에게는 더 복잡하고 다양한 부위와 기관이 있다. 마침맞은 환경에서 그 모든 기관이 유연하게 순환할 때, 비로소 식물의 삶은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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