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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식물리에 Feb 20. 2024

내 방의 작은 식물은 언제나 나보다 큽니다

<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의 '실내 식물 버전'이라고 소개한다





식물리에 추천

#식집사3년차 #일상리듬 #반복의힘 #사람관계 


1. 식집사 3년 차쯤 되면 슬슬 식물이나 인간이나 비슷한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특히 큰 변화 없이 일상이 반복됨을 느낄 때, '얘(식물)나 나나'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생각이 드는 식집사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비슷한 시기를 막 겪은 저자가 식물과 사람, 사람과 사람, 그리고 '나'에 대한 생각을 담았다.


2. '루틴, 반복, 리추얼, 꾸준하게 ㅇㅇ하기'이 키워드를 검색하며 일상을 살아가는 힘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에게도 이 책을 권한다. 느리지만 꾸준히 자기만의 루틴을 고집하는 생명체 중 식물만 한 생물이 없다. 웬만한 운동선수들보다 더 독하다. 식물은 늘 반복되는 삶을 지루해하지 않고(음... 지루해하지 않는 것까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리듬에 맞춰 살아간다. 그리고 그런 반복의 끝에는 선인장이 꽃을 피우듯 아름답고 만족스러운 결과를 낸다. 저자는 그 반복의 힘을 믿고 식물에게 배우고 있다. 저자가 전하는 식물의 리듬과 반복의 힘이 우리에게도 분명 도움이 되니, 일상을 꾸려가는 것에 관심을 갖고 있다면 책을 참고하면 좋겠다.



p.76
식물은 알고 있다. 무언가를 해내기 위해서 느리고 오랜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것을. 실제로도 느린 시간 동안 충분히 단단하게 보낸 식물은 더 튼튼하게 성장했다. 어느 날 갑자기 꽃이 핀 것 같지만 티 나지 않도록 차분하게 처리한 무수히 많은 일이 그 뒤를 받치고 있었던 것이다.



3. 살다 보면 E이든 I이든 '인간관계'에 대한 물음과 고민이 생긴다. 내가 아닌 타인과 관계를 맺는 것은 사람마다 속도의 차이가 있을 뿐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관계 맺음에 대한 고민이 피어날 때, 혼자 고민하지 않길 바라며 이 책을 권한다. 저자는 식물을 잘 키우는 방법으로 사람들과 사귈 때 처럼 하면 된다고 한다. 그래서 거꾸로 사람과의 관계를 잘 맺기 위해서 이 책에서 소개하는 식물 잘 키우는 방법(결국 사람과 잘 지내는 방법이다)을 참고하면 좋겠다.



p.4
식물은 키우는 게 아니라 같이 잘 지내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말이 없는 친구와 잘 지내는 법을 배우는 것과 닮았다. ... 누군가 식물과 오랜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이 뭐냐고 묻는다면 나는 인간관계와 비슷한 거라고 말하고 싶다. 고정관념 없이 이해하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바라보고자 노력하면 어떤 식물과도 잘 지낼 수 있다. 내가 아닌 누군가와 잘 지낼 수 있는 아주 느리지만 아주 확실한 방법이다. 



@아뜰리에 식물리에



내 방의 작은 식물은 언제나 나보다 큽니다


디자이너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이고, 잼프로젝트를 운영하는(했던) 김파카님의 첫 책이다. 피규어와 작은 소품을 좋아하는 내가 잼프로젝트의 수영장 식물키트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 무척 기뻤다. 작은 수영장 모형에 플레이모빌 피규어가 서있고, 이오난사(에어플랜트 틸란드시아 중 한 종류)가 튜브에 둥둥 떠다니는 모습이었다.  '역시 이런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을 줄 알았어!' 아쉽게도 당시에 키트는 갖지 못했지만 대신 이 책이 나왔을 때는 반가운 마음으로 바로 구입했다. 



지금은 품절된 수영장 식물키트 (출처: https://jammm.kr)



그때는 마냥 재미있게 읽었지만 식물과 함께 한 시간이 쌓이고 다시 읽으니 마음에 남는 문장들이 참 많다. 문장에 담긴 식물을 바라보는 시선이 식물리에를 시작하게 된 내 마음과, 식물리에로 전하고 싶은 이야기들과 겹치는 부분이 상당히 많아서 더 그랬다.



p.29
우리는 빠르게 속도를 내는 일에는 유능하지만, 속도를 늦추는 데는 무능하다. '잘 쉬는 법'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심지어 쉬는 것마저도 계획적으로 알차게 보내려고 한다. 식물들의 삶을 옆에서 지켜보다 보면 어느새 인생의 속도와 리듬을 어떻게 다루면 좋을지 알게 된다.  



식물리에를 만들어가며 식물로 잠시 멈춤의 시간을 갖는 것에 대해 늘 고민이 있는데, 이 조차 식물에게 배우면 된다는 관점이 오히려 신선했다. 실제로 나무는 낮과 밤의 상대적인 길이로 계절의 변함을 감지하고 이에 따라 생장, 휴면 여부 등의 리듬을 맞춘다. 우리도 각자 리듬을 타기 위해 어떤 기준이 필요하다. 다만 이 기준은 사람마다 전부 다르기 때문에 각자가 찾아내는 수밖에 없다. 그걸 돕는 게 나의 일이라는 생각을 한다.



@아뜰리에 식물리에



작가가 8개월 만에 떠나보낸 더피고사리는 작가(노란 인간)에게 이렇게 말한다.

p.104
자신이 갖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바라는 노란 인간에게 이렇게 말해 주고 싶다. 일단 하나씩 해결하자고. 갖고 있는 능력을 다 쓰지도 않고 더 큰 능력을 바라는 삶을 살다가 병이 나지 않았느냐고. 내가 만들어 낼 수 있는 가장 크고 단단한 잎을 위해 일단 작고 여린 잎부터 하나씩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한 장, 두 장 쌓이고 나면 일곱 번째쯤에는 정말 내가 바라던 멋진 잎이 나올 것이다. ... 결국 모든 일에 있어 느린 방법이 가장 빠르다는 사실을 노란 인간이 알게 될까? 느리고 평범한 시간이 쌓이면 특별한 능력이 생긴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는데 얼마 못 가 나는 죽고 노란 인간만 살아남았다. 이건 다 노란 인간의 엉터리 리듬 때문이었다.



언젠가는 식물을 키우면서 알게 된 점들을 공유하는 에세이를 쓰고 싶었다. 그런데 식물책들을 읽을수록 특히 이 책의 경우는 더더욱, 나의 생각과 마음들 대부분이 이미 잘 정리되어 쓰여 있음을 알게 된다. 한 발 늦었다는 생각이 들기보다는 내가 경험하고 생각한 것들에 대한 용기와 확신을 얻는다. 그리고 이 책들을 열심히 읽고 소개하고 추천하는 것이 식물리에로서 더 어울리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식물로 나를 찾아가는 시간 @아뜰리에 식물리에



p.213
우리의 삶과 닮아도 너무 닮았다. 무언가를 쉽게 해내기가 어려운, 선인장과 다를 바 없는 사막 같은 곳에서 살고 있다. 선인장처럼 지독한 반복을 무수히 해내면 꽃을 피울 수 있을까? 너무 평범해서 인생의 굴곡이라 할 만한 것도 없는 나의 인새이지만 기왕이면 평범한 이야기라도 새롭게 바라볼 줄 아는 시선으로 살고 싶다. 아직 그럴싸한 꽃을 피운 적은 없다. 하지만 꽃을 못 피웠다고 내가 꽃피우는 선인장이 아닌 건 아니다. 그걸 잊지 않고 사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다. 



책을 제대로 읽었다면 책의 제목이 단번에 이해가 된다. 작지만 큰 식물들을 통해 나는 지금까지 어떻게 살았고,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를 재정비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그리고 당장 나가서 이 시간을 함께 할 식물 한 친구를 들여와야 할 것 같은 기분이다. 이 책을 읽고 식집사의 길을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저자를 대신해) 큰 영광이다. 혹시 어떤 식물을 키울지 몰라 고민이 된다면 식물리에 추천을 받아보는 것도 대 환영한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가장 오래 머물렀던 문장을 공유한다. 안 그래도 팍팍한 사막 같은 인생에서 각자가 자시을 지탱하는 세 가지를 생각해 보면 좋겠다. 그 세 가지로 하루하루가 늘 소중하길 바란다.



p.37
식물의 인생을 지탱하는 것은 물과 바람 그리고 흙이다.
그렇다면 나의 인생을 지탱하는 세 가지는 무엇일까? 


@아뜰리에 식물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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