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화를 내는 게 맞는 걸까 5

퇴원하는 날

by 식물리에


드디어 긴 입원기간이 끝나고 토요일이 왔다.


11:07 병원에서 주치의가 전화를 했다. 퇴원을 할지 재수술을 할 지에 대한 혈액검사를 했고 초음파까지 볼 예정이라 하였고, 오후로 약속시간을 정하였다. 덧붙여서 무무가 새벽에 설사를 꽤 했고 기분이 안 좋았는지 몸에 똥칠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를 씻겨주려는 간호 선생님들에게도 성질을 부려 통제가 안 되는 상황이라 진정제를 놓고 샴푸로 씻겼다고 한다. 새벽이어도 우리한테 전화를 줬으면 바로 갔을 텐데 진정제까지 놨어야 했는지, 서운하다는 감정을 표출해버렸다.


14:00 오는 길에 사고 현장도 지나오느라 넉넉하게 나왔는데 겨우 두시에 맞춰 도착했다. 무무는 이미 이동장에 옮겨져 있었고 상담실 바닥에 놓여있었다. 혈액검사와 초음파 결과 염증은 좀 있으나 복수는 보이지 않아 수술은 그럭저럭 잘 된 것 같으니 퇴원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의견이었다.


의사 소견을 듣고 약 처방을 받은 후 입원비 등 정산을 했다. 혹시나 해서 꼼꼼하게 보는데 주치의는 항구토제를 두 번 놨다고 하는데 영수증에는 세 번이 들어가 있다. 그리고 무무는 입원기간 동안 9/16일 자 봉투 하나로 계속 맞았는데 그냥 입원기간 동안 자동으로 세팅되어 들어가 있었다. 이런 사항들에 대해 물으니 항구토제는 중복계산이 맞았고, 수액들은 그냥 입원기간 동안 자동으로 계산되는 거라는 말끝을 흐리는 답변을 들었다.


영수증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중복된 것을 빼고 깜빡하고 안 올린 것들을 다시 집어넣으면서 최종 금액은 첫 정산금액보다 올라갔지만, 손해 봤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정말 대충대충 처리하는 일들에 질렸고, 혹여나 나도 이러고 있는 게 아닌가 돌아보게 되었다.


아직 진찰을 받으러 두세 번은 더 병원에 와야 하지만 앞으로는 제발 병원 신세 질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당분간 집에서 무무를 간호하는 것도 힘들겠지만, 짧은 4,5일 동안 병원(결국엔 사람)을 대상으로 신경을 바짝 써야 하는 부분도 병간호에 있어 꽤 지치는 부분이란 것을 깨달았다.


힘든 한 주였다.


화를 내는 게 맞는 걸까에 대한 결론은

언제나 그렇듯 굳이 화를 낼 필요는 없고 대화를 통해 서로 합의를 보는 게 좋은데, 여기서 상대방이 나를 만만하게 보기 시작해서 자신의 잘못을 없던 것처럼 하거나 적반하장으로 나온다면, 그때는 눈을 똑바로 뜨고, 몸을 크게 부풀리고, 목소리를 크게 내서 화를 내자.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화를 내는 게 맞는 걸까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