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호 Sep 24. 2024

백의 벽 ; 병실에서 시작된 이야기

백의 벽 02화 

띵.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나만 여기서 내리는 건가? 저벅. 왠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나의 발소리가 크게 들리는 것 같다. 아니, 내 발자국 소리가 들릴 듯이 크게 울린다.      


좌우를 둘러보니 아무도 나에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다. 왠지, 팔이 더 아픈 것 같이 느껴진다. “아야.” 참지 못하고 아픈 소리를 낸 탓일까. 아주 잠시, 바쁘게 지나가던 간호사가 잠시 나를 쳐다 봤다. “음...” 나는 아픈 티를 낸 것이 부끄러워져서 아무렇지 않은 척을 했고, 그 간호사는 아주 잠시, 힐긋 보던 기세 그대로 지나갔다. 그러고 보니, 난 지금 환자잖아. 아파도 되는 거 아닐까.      


간호사 스테이션은 병동 떡하니 중앙에 있었다. 스테이션에 간호사는 많았는데, 뭔가를 물어볼 만큼 여유가 있어 보이는 간호사는 보이지 않았다. 다들 너무 바빠 보였다. 전화를 하고, 무언가를 쓰고, 약품을 챙기고, 잠시 앉았다가 다시 일어나서 어디론가 나가고. 다시 들어오고. 어떻게 해야 할까. 간호사한테 물어 볼 틈을 기다려 보다가, 이대로 있다가는 하염없이 기다리게만 될 것 같아서 먼저 말을 걸어보기로 했다. 혹시 내가 안 보이나?      


“오늘 입원하는 환자입니다.” “네? 아, 잠시만요.” 

바쁘게 통화를 하던 간호사는 내 말에 잠시 고개를 돌리더니 통화를 계속 이어갔다. 그나저나 바쁘구나. 무서운 곳이네. 팔에는 응급실에서 대충 감아 놓은 붕대가 퉁퉁 감겨 있었다. 정말 부러진 걸까? 팔이 부러져서 입원하다니. 처음이다. 내가 팔이 다 부러지다니. 아니, 팔이 문제가 아니라 어딘가 다쳐서 입원까지 하게 된 것은 처음이었다. 한 2~3분을 서 있었을까? 아마 그 정도일텐데, 기분 탓인지 10분은 훌쩍 넘는 시간동안 기다린 것 같다. 이대로 여기서 쓰러지는 건 아니겠지? 아까 응급실에서 약을 맞아서 그런가? 어지러운 것 같은데. 그때, 전쟁터에서 전령이 오가듯 긴박한 통화를 하던 간호사들 중 한 명의 통화가 끝나고, 겨우 나에게 관심이 오게 되었다.      


“네, 무슨 일이시죠? 이 쪽으로 오세요.” 나를 부르는 그 간호사 앞으로 조금 자리를 옮겼다. 우와... 

“아, 네. 오늘 다쳐서 응급실로 들어왔는데,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해서요.” 

“네? 아아... 이름 말씀해 주세요.” 간호사는 잠시 자리에서 일어나서 내 팔에 퉁퉁 감겨있는 붕대를 보고 살짝 안색이 변했다. 저기 앉아 있으면 안 보이겠구나. 그건 그렇고, 예쁘다. 

“탁기준입니다.” 생년월일을 마저 불러주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서두르는 기색은 아니지만, 간호사들의 움직임에는 느긋함이 보이지 않았다. 할 일이 참 많구나. 힘들겠네.   

   

“오늘 입원하셨네요.” 

“알아서 올라가면 조금 더 일찍 입원할 수 있다고 해서, 그냥 올라왔어요.” 

“아, 네.” 타탁, 타다닥. “여기요.” 간호사는 뭔가 입력을 하고선, 손을 들어 다른 간호사를 불렀다. “이 분, 안내 좀 해줘요. 12호실.” “네.”

어디론가 가던 길이 아니었을까. 손에 주사기랑 작은 병들을 들고 있던 간호사는 복도를 바쁘게 지나가려다 나에게 잡혀 버렸다. 미안해라. 잘 부탁해요, 음.      


“탁기준 씨?” “네.” 

“저 따라오세요.” 마른 체형에 앳된 얼굴의 간호사는 종종걸음으로 앞서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복도의 꺾인 부분을 몇 번 돌더니 도착한 곳은 7112호라고 적힌 병실이었다. 

“여기에요. 들어가세요.” “네.” 그나저나, 나는 네라고만 대답하고 있네. 뭔가 변화를 주고 싶은데. 예? 응? 응은 아니군. 이건 좀 심했어.      


병실에 도착해 보니, 차가운 공기와 함께 병원 특유의 우울한 분위기가 내 몸과 마음을 깊게 압박하고 있었다. 모든 것이 어두운 색조로 물들어 있는 이 공간은, 삶의 마지막 장을 받아들이려라는 기세로 내게 시리도록 차갑고 낯선 느낌을 주고 있었다. 하지만, 사양일세. 그렇게 오래 있지는 않을 거거든. 

“아야.” 금방 이 병실을 떠날 것이다. 그런 생각을 잠시 했더니, 팔이 욱신 아파졌다. 

“많이 아프세요?” “아니요. 견딜만 한데 조금 아프긴 하네요.” 

그나저나, 수술은 언제 하려나.      


“이 자립니다.” 

간호사가 안내 해 준 내 자리는 창가 쪽 병상이었다. 창가 쪽이면 경치도 좋으니 선호도가 높은 것 아닌가? 내가 들어선 이 7112호실, 아니 12호실은 6인실이었는데 두 자리가 비어 있었다. 한 자리는 화장실 바로 옆에 있었고, 하나는 비어있는 이 창가 쪽 자리였다. 창가면 비자 마자 옮겨달라 할 것 같은데. 여기 사람들은 다 얌전한가 보네.      


“입원하실 때 필요하신 건 다 가져오셨죠?”

“네? 아니요. 그런 거 없이 왔는데요.” “네?” 그제야 간호사는 내 차림을 조금 더 정성스레 살펴보기 시작한 듯 했다. 

긴 바지, 티셔츠 한 벌, 지갑과 이런저런 물건들이 조금 들어 있는 가벼운 운동용 가방 하나. 그리고 입고 있는 반바지. 반팔 티. 이것이 내가 가지고 있는 물건의 전부였다. 


“어어...” 간호사는 딱 봐도 당황한 티가 얼굴에 가득해 졌다. 

“저... 입원하실 때 준비물 챙겨 오셔야 하는데.” 

“그렇군요. 그럼 어떡하죠?”


“글쎄...요?” 뭐, 뭐지 이 간호사는? 굉장한 백치미가 있네. 정말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 보고 있는 두 눈은 나에게 정답을 요구하고 있었다. 뭘, 어쩌란 말인가. 음... 백소희 간호사? 백소희 간호사가 목에 걸고 있는 직원 표찰에는 백소희라는 이름과 사진이 붙어 있었다. 사진은 찍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듯이, 그야말로, 이 백소희라는 간호사의 얼굴이 그대로 사진으로 붙어 있었다. 내가 자신의 직원증을 보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챈 백 간호사는 살짝 당황한 듯이 직원증을 손으로 잡아 가렸다. 그걸 가린다고 해서 간호사 이름을 모르게 될 것 같지는 않은데. 그건 그렇고, 어쩐다.      


백 간호사를 보던 시선을 내려 내 팔을 보았다. 수술은 내일 바로 할 수 있다던데. 그 때까지는 일단 이렇게 있으라며, 응급실에서는 붕대를 감아주었다. 그래서 원래의 두께보다 퉁퉁 부어 있는 팔에서는 통증이 은은하게 전해져 오고 있었다. 아야. 진통제를 주사로 놓았다고 했는데. 많이 아픈걸? 팔에 대한 감정이입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다시 간호사를 바라보니, 간호사는 커다란 눈을 하고 내게 대답을 기다리는 표정으로 서 있었다. 어쩌란 말입니까. 나도 이번에 처음 입원이란 걸 해본 환자라구요. 그러나 기다린다고 해서 백소희 간호사로부터 명료한 해결책을 들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아아, 어쩔 수 없지. 


“입원 중에 필요한 물품에 대한 안내사항 같은 건 없나요? 안내용지 같은 거라던가.” 

“아! 있어요. 가져다 드릴게요.” “아, 저, 저기...” 나중에 가져다 주셔도 된다... 그렇게 말하려는 나를 내버려 두고 백 간호사는 빠른 걸음으로 병실을 나섰다.      


멍하니 있을 수 밖에. 다른 할 일이 없어진 나는 내 병상을 살펴 보았다. 툭. 시합을 마치고 집에 갈 때 갈아입으려고 챙긴 가방을 침대에 놓고, 옆에 침대에 걸터 앉았다. 이곳은 이제 내 삶의 새로운 터전이자, 매일매일을 살아내야 할 무대라는 것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간호사와의 간단한 대면 후, 나는 드디어 내 병상에 자리를 잡고 나서야 주변을 둘러 볼 여유가 생겼다.      


그 동안 긴장하고 있었던 걸까. 앉아서 쉬고 있으려니, 점차 차가운 병원 공기에 직면할 수 있었다. 그 공기 속에 섞인 소독약의 강한 냄새와 질병의 냄새가 나를 감싸면서, 병원 특유의 고요하고 침울한 분위기가 나를 더욱 깊은 고통 속으로 몰아넣었다. 병실 내부는 하얀 벽과 파란 침대 커버가 정돈되어 있었지만, 그 정돈된 표면 아래에는 병원 생활의 무게가 묵직하게 깔려 있었다.


나는 병상에 앉아 주위를 둘러보며 병실의 분위기에 적응하려 애썼다. 내 자리 맞은 편에는 둘 있는 창가쪽 침상 중 나머지 한 자리에 앉아 있는 한 남자가 있었다. 아니, 남자라기엔 아직 이른 듯 보이는 얼굴은 앳되 보이면서도 단단한 시절을 보낸 것 같은 시간이 얼굴에 얹혀져 있었다. 그는 침대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며, 그의 내면 깊숙이 숨겨진 고독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의 시선은 창 밖으로 펼쳐진 병원의 후미진 정원과 흐릿한 하늘을 응시하며, 마치 세상의 모든 고통과 상실감을 담고 있는 듯했다. 병실의 조명은 병원의 차가운 색조로 가득 차 있었고, 그 속에서 방울방울 떨어지는 소독약 냄새와 병원의 침묵이 서로 어우러져 그를 감싸고 있었다.     

나는 그의 고독을 이해하고자 조심스럽게 말을 걸어야 했다. 말 한마디가 이곳의 공기와 분위기에 영향을 미칠 것 같아 신중하게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내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내가 인사를 건네자 그는 창 밖에 빠져 있던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표정은 침울하고, 지친 기운이 물씬 풍겼다. 그의 눈빛 속에는 깊은 상실감과 피로감이 교차하고 있었다. 병실의 조명 아래 그의 얼굴은 더욱 창백하고, 세상의 무게를 온몸으로 짊어진 듯한 인상을 주었다. 


“반갑습니다. 저는 탁기준이라고 합니다. 보다시피 팔이 이렇게 되어서...” 

그는 내 팔로 시선을 옮겼다. 왠지 팔이 더 아파진 것 같다. 저 이의 시선은 왜 이리 아플까. “저는 남영욱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전혀 안 반가운 것 같은데? 하긴, 여기서 반가울 게 있을까. 


그의 목소리에는 차갑고, 약간의 무기력함이 담겨 있었다. 나는 그의 목소리에서 그가 겪고 있는 깊은 고통과 외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반갑습니다. 병원에서 만나는 것을 반갑다고 하려니 이상하네요. 여하튼, 별다른 말이 없으니 반가울 밖에 없군요. 반가워요. 잘 지내봐요.”      


영욱은 잠시 고개를 숙였다가 다시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이 잠시 부드러워졌고, 고마움이 느껴지는 표정을 지었다. “감사합니다. 반갑습니다. 어서 팔이 나으세요.” 어서 나으라며, 나의 팔에 머무는 그의 시선은 낫기를 기원해 주는 타인의 시선과는 무언가가 달랐다. 무언가가 달랐지만 나는 그 다름이 어디에서 오는 지 알 수 없었다. 


아마 나는 몰랐으리라. 그리고 몰랐었다. 나의 팔에 시선을 두고서 그의 마음이 어떤 소리를 내었을 지를. 나는 이 순간, 그의 시선을 좀 더 챙기지 못한 것을 두고두고 후회하게 된다. 그러나 무지가 자랑인 종의 특성을 가지고서 나는, 첫 인사에는 밝은 인상이 중요하다는 지나친 일반화에 의한 상식을 가지고 그의 얼굴을 마주했다.      


“어서. 나으세요.” 그는 한번 더 말했다. 조금 전 했던 말을 다시 하는 그에게 나는 무엇을 대답해야 할 지를 모르게 되었다. 감사하다고. 나도 다시 답해야 하는걸까. 그의 말 속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고, 나는 그가 내 상황에 대해 진정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대답을 고르는 사이, 그는 앉은 자세 그대로 창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의 옆얼굴은  잠시 생각에 잠긴 듯 보였고, 그 후 말을 이었다. "이곳의 분위기와 환경이 처음에는 너무 낯설고 힘들겠지만, 서로 이해하고 도와주면 좋겠어요." 그의 말은 진지하면서도 희망적인 느낌이 들었고, 나는 그가 이곳에서의 삶에 적응하려는 노력과 감정을 이해하려 했다. 이 대화가 서로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기를 바랐다.     

어디론가 바삐 사라졌던 백 간호사가 다시 나타나고, 나는 정체 모를 불편함에서 해방되었고, 남영욱은 나로부터 해방되었다. 


“여기 입원하실 때 필요한 것들이 적혀 있어요.” 그녀가 건네 준 종이에는 ‘입원 환자를 위한 안내 및 주의사항’라고 적혀 있었다. 떠들 지 말 것. 약 복용시간을 지킬 것, 하루에 한 번 있을 의사의 회진 시간에 자리를 지킬 것 등. 병원스러운 상식의 내용들이 있었고, 그 아래에는 입원하는 환자들이 준비해야 할 것들이 적혀있었다. 슬리퍼, 세면도구, 수건 등. 간단하지만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꼭 필요한 것들이 적혀 있었고, 당연하지만 지금 나에게는 하나도 준비되지 않은 것들이었다. 대략 열 몇 가지의 필수용품들이 적힌 다음 줄에는 나처럼 정신없이 입원하게 된 사람들을 위한 안내가 한 줄 더 덧붙여져 있었다. 


‘위 물품은 병원 내 편의점에서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좋은 상술이군. 나도 모르게 아마 입꼬리가 올라갔으리라. 내가 안내용지를 읽고 있는 동안, 병상의 상태를 살펴주던 백 간호사는 내 얼굴에 걸린 웃음을 본 것인지, 그녀의 긴장이 풀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고맙습니다. 잘 쓸게요.” “네?” “아, 잘 볼게요. 필요한 게 여기 다 적혀 있네요.” “네, 그럼 쉬세요.”      

이 다음에 입원 절차는 어떻게 되나요. 나는 물으려 했지만, 이미 그녀는 병실 밖으로 나가고 있는 참이었다. 참. 재빠른 분이네. 키가 작은 것은 아닌데, 왠지 다람쥐, 아니 방송에서 보았던 청설모 같은 느낌이 나는 분이었다. 


이제부터 뭘 한다. 할 일이 없네. 병실을 마저 둘러보니 병실의 다른 환자들도 나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내 병상의 바로 옆을 보니 젊은 남자가 있었다. 그야말로 온 몸으로 자신이 군인이라는 것을 알려주려는 듯, 상급자도 하급자도, 군인의 아무 것도 없는 여기 병실에서 군인스러운 각을 잡고 앉아 있는 남자가 있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저는 성우철입니다.” “아, 저는 탁기준이라고 합니다. 군인이신가 봅니다.” “넵! 이병 성우철. 현재 OOO부대에서 복무 중입니다.” “아, 네...” 숨이 막히는 군. 보고만 있어도 지난 군생활이 떠오르는 것 같다. 말을 걸어서 성우철이라는 저 친구가 대답을 하는 것도, 내가 그의 말에 대답을 하는 것도 부담스러울 것 같았다. 


시선을 돌려 보니 성우철의 병상의 맞은 편, 내 앞의 남영욱의 병상의 바로 옆에는 빙글빙글 웃고 있는 남자가 있었다. 그는 아마 한참 동안 정도 나를 보고 있었는 지, 내가 그에게 시선을 맞추는 데에도 별로 놀라거나 크게 반응하지 않았다. 뭐지? 불편하군. 이 불편함은 익숙한 느낌이다. 익숙한 사회의 냄새. 빌런이군. 

“안녕하세요. 탁기준이라 합니다.” 


“아아. 나는 정혁이에요. 홍정혁. 몇 살이에요?” “스물 여덟입니다.” “그럴 줄 알았어. 내가 형이니까 말 편하게 할게.” 대화의 흐름이 그곳을 향해 흐를 것을 예상했지만, 예상 못한 부분은 내가 ‘네, 그러세요.’ ‘네, 그러시죠.’ 등으로 대답할 구석이 없이, 홍정혁의 말은 새어 나오고 있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어리네. 많이 나이 들어 보이는구만.” 어려 보인다는 건지, 나이들어 보인다는 건지. 하나만 하면 좋겠는데. “그렇죠 그런 소리도 가끔 들어요.” “아니 아니, 확실히 그래. 나랑 별로 차이도 안 날 것 같았는데 말이야. 아직 서른도 아니야? 많이 어리네 어려. 안그러냐? 우철아?” “네! 그렇습니다.” “하하하 자식, 너도 그렇게 생각했구나.” “네!” 이건 뭐 만담도 아니고. “잘 부탁드립니다.” “그래그래, 어려운 거 있으면 뭐든 물어봐.” “네, 그러죠.”    

  

옆을 흘깃 보니, 우철은 각을 잡고 앉아 있으려는 외적인 마음과 편하게 쉬고 싶은 내적인 마음이 있는 대로 충돌하고 있는 듯해 보였다. 왜 굳이 저러고 있는 걸까. 궁금한 내 마음은 그에게 말을 걸까 말까 망설이는 중이었다. 그런데 마침, 옆 침대에서 홍정혁이 가벼운 목소리로 대화를 끊었다.


홍정혁은 침대에 누워 간간이 대화에 끼어들며, 가벼운 농담과 함께 병실의 분위기를 밝게 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었다. 그의 반말과 다소 거만한 태도는 때때로 분위기를 어색하게 만들었지만, 그가 던지는 사소한 관심과 농담이 우철의 긴장을 조금씩 풀어주고 있었다.

이전 05화 백의 벽 01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