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지 않은 인생이었다.
길지 않은 인생이었다. 세상에서는 그랬을 것이다. 열아홉. 한국에서 열아홉이면 민증이 이미 있는 나이다. 주민등록증. 성인을 의미하는 처음 단계. 민증을 발급받기 위해서는 주민센터에 직접 방문해야 한다. 주민센터에 방문해서 지문 열 개를 찍는 그 일. 그것을 해내기가 힘들었던 영욱에게 열아홉이라는 숫자는 세상에 나아가기 위한 첫 단계로서의 성인이 되어가는 것을 의미하지 못했다.
철이 들었을 때엔 이미 열 몇 살이었다. 언젠가 나이의 앞자리가 2가 될 것이라 막연히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나이의 앞자리가 2가 되는 것을 이렇게 갈망하게 될 줄은 몰랐다. 작년의 영욱까지는 말이다.
“나는 이 벽을 지나가지 못해 여기서 멈춰.
너는 내가 지나가지 못한 모든 벽을 다 지나갔으면 좋겠어.”
영욱은 지금 하는 이 말이 정은에게 얼마나 강렬히 새겨질 것인지를 알 수 있었다. 떠나가는 이의 입장에서 남겨질 이에게 무언가를 남긴다는 것이 얼마나 무책임한 것인지는 알고 있었지만, 무엇하나 남겨지지 않은 채 이 세상을 떠나는 것 또한 이 세상을 살았던 자로써 무책임한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무엇보다 정은은 영욱의 앞에 서서 커다란 눈으로 영욱의 말을 당기고 있었다. 부디 이 말들이 정은의 앞길에 저주처럼 휘감기지 않고, 정은의 생의 모든 부분에서 또다른 소리가 되기를 바라며, 영욱은 자신의 남은 조금의 생의 나머지를 모두 긁어 내 넘겨주는 마음으로 말을 마무리했다.
시절은 모두 영욱에게 친절했고, 하얬던 벽들은 영욱의 감옥이 아니었다. 정은이 하나씩 고쳐써 준 그 벽들의 전부는 무너지지 않도록 영욱을 지탱하던 하나들의 지탱들이었다. 모든 말을 다 하고 난 영욱은, 지금 이 순간, 이제 숨을 멈춰도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