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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단중지

에포케

by 조융한삶


이미지_한복,_발레리나,_커플_저장했던_이미지_-_매거진,_빙글,_인스타_옛날_캡쳐_자료들.png



식당에 앉아 음식을 기다리는데

맞은편 어떤 커플이 보였다


그들은 아무 말도 없이

각자의 핸드폰만 보고 있었다

나는 괜히 슬퍼졌다


어쩌면 나도, 아니 우리도,

언젠가 서로가 아닌, 각자로 돌아가,

더이상 아무런 말도 나누지 않고,

서로의 검은 눈동자가 아닌,

각자의 검은 거울만,

들여다보고 있게 되지는 않을까,

씁쓸한 맛이 났다,


그런데 그들이 웃었다

서로의 화면을 보여주며 소리 내어

서로의 손을 건네 잡으며

세상에 둘밖에 없다는 듯이

환하게 웃었다


각자의 화면 속에서

서로를 웃게 하기 위한 재미난 무언가를 꺼내기 위해

잠시 떨어져 시간을 갖던 것이었을까


혹은 함께 만들어 먹을 맛있는 레시피

또는 올 겨울 함께 떠날 여행지를

열심히 찾던 것이었을까


나는 안심하면서도 한심했다


내 시야에 갇혀 내 세상에 갇혀

타인을 보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필요하다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시력이



판단중지, 조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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