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비명

by 조융한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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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추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부끄럽게도


무덤덤 속에 감춘 건 썩은 상처고

몰래 고인 피는 어느덧 회백색이 되었다


아프다 말할 박자를 놓쳤다

흐려진 초점을 맞출 용기가 없어서


겨울이 부러지게 방황하면서

계절을 함부로 걸었다


내가 죽는다는 걸 알았을 때도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하지 못했다


끝내 사는 이유를

찾지는 못할 것 같다


너가 죽여주기를 바란 적이 있다

아직도 마지막은 그랬으면 하는데


너무 심각하게 듣지는 않았으면 해

아직 철들지 못한 남자의 한탄일 뿐이다


어른이 되지 못한 무덤지기의 노래


들어줘서 고맙다

내일은 귀를 자르러 가야지



묘비명, 조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