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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지 Nov 28. 2024

내성적이지만 도전이 취미입니다

1부: 회사를 그만둬도 세상은 무너지지 않는다

내향인은 삶의 주도권이 없을까?     


"어떻게 조용한 분이 이 많은 일에 도전했어요?"
"여자 혼자 귀촌까지 하다니, 용기가 대단하네요."


사람들은 종종 이렇게 묻는다. 많은 사람들이 내향적인 사람은 조용히 책을 읽거나 뜨개질을 하며 지낼 거라고 생각한다. (사실 책 읽고 뜨개질을 좋아한다.) 하지만 도전을 가로막는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내향적인 사람은 차분하고 깊이 생각하며 준비된 순간에 용기를 내어 한 걸음 내딛고 때로는 예상하지 못했던 넓은 세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어릴 적 내성적이고 눈에 띄지 않는 아이였다. 학교에서도 평범하게 학창 시절을 보내며 크게 주목되지 않았다. 그러나 중학교 2학년 때, 수련회에서 난타를 배우며 삶의 첫 변곡점을 맞았다. 

학교 설립 기념행사에서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 무대에 서는 기회를 얻었다. 수백 많은 관객 앞에서 무대에 선 순간 억눌려 있던 무언가가 깨어나는 듯했다. 이후 난타를 가르쳐주셨던 선생님과 함께 동아리를 만들고 회장을 맡아 전국에서 2천 명이 넘는 학생들과 연결되었다. 청소년 동아리 대회에도 참가하며 처음으로 스스로 이끌어가는 경험을 했다. 무대는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는 문이었다.


중학교 3학년이 되면서 또 다른 도전이 찾아왔다. 미술에 흥미를 느껴 예고 진학을 꿈꾸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 길은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실력이 특출 나지 못했고, 지금 시작하기엔 늦었다며 담임선생님, 학교 미술선생님, 미술학원 선생님 모두 반대했다.


"늦었어. 괜히 도전했다가 떨어져서 상처받지 말고 포기해."


상담실을 나와 엉엉 울며 이렇게 쉽게 포기해야 하나 생각했지만 이대로 남이 정해주는 삶을 살고 싶지는 않았다. 그림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간절히 원한 일이었고, 그날 밤 담임선생님께 장문의 메일을 보냈다. 떨어지더라도 감당할 테니 시험이라도 있도록 입시 원서를 써달라는 내용이었다. 다음 날, 선생님은 미안하다며 원서를 써주셨다. 그날부터 오전에는 수업을 듣고 오후에는 화실에서 밤늦게까지 그림에 몰두해서 결국 당당히 합격했고 원하는 삶을 스스로 만들어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

      

대학 졸업 후에도 붓을 놓지 않고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주말에는 작업실을 따로 얻어 그림을 그렸고 직접 전시 기획안을 작성해 제주에 있는 문화공간들을 찾아가 첫 개인전을 열었다. 전시는 성황리에 진행되었으며 방송과 라디오에서 인터뷰 요청이 왔고 그림 대부분이 판매되어 수익의 반은 제주 독립영화 제작에 후원했다. 그 경험은 이후 다양한 전시로 이어지며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도전하지 못하는 이유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에서 온다.  

사람들이 쉽게 도전하지 못하는 이유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은 두 가지다.
뭘 좋아하는지, 앞으로 어떤 일을 하며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인데 이런 고민을 들을 때면 그저 곁에서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이렇게 말한다.


“최대한 많이 경험해 보세요.”


사람들은 늘 완벽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 놓여 있다. 실수하면 안 되고, 좋은 일만 일어나야 한다고 믿으며 스스로를 점점 더 옥죄어 간다. 이런 마음에 갇히다 보면 기회가 와도 쉽게 움츠러들게 된다.

마음의 두려움을 조금씩 이겨내며 다양한 일에 도전했던 경험으로 깊은 사유는 필요할 때가 있으나, 너무 오랜 시간 고민하지 말라고 이야기해 주고 싶다. 작은 시작은 때로는 소중한 경험을 가져다주는데 경험을 통해 배우고, 삶의 불확실함과 두려움을 마주하면서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을 시작하게 된다. 그렇게 한 걸음씩 내딛다 보면 결국 원하는 방향을 발견하게 된다. 도전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을 때 비로소 삶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 


시간이 지나면서 한때 성공이라 여겼던 일들이 실패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실패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새로운 기회로 다가오기도 했다. 그런 다양한 경험을 통해 삶의 흐름을 타고 노는 것은 정말 재미있는 일이다.

특히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일을 기획하며 그 과정을 즐길 수 있다면 경험은 끝없이 확장된다. 삶의 방향은 우리의 선택과 경험이 만들어간다.


우리는 자신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그 선택에 따라 만들어갈 삶은 어떤 모습인지에 대한 질문을 해야 한다. 

삶은 타인이 만들어놓은 틀에 갇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며 만들어가는 것이다.


실존주의 철학은 이렇게 말한다. “인간은 먼저 존재하고, 그다음에 스스로 본질을 만들어 간다.”

실패와 성공, 도전과 경험은 결국 자신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니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더라도 행동하는 순간 이미 자신이 주도하는 삶을 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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