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고요 속의 첫 균열 (1.3)

1.3 수영과 발레, 공동체의 다른 모습들

by silence voice

이 글은 《균열 그 너머 이야기》 시리즈의 일부입니다.
‘아무도 말하지 않을 때, 나는 말해야 했다.’

평범하고 고요했던 저의 세계에 생긴 하나의 ‘균열’ 앞에서,

아무도 방향을 알려주지 않을 때 더듬거리며

홀로 항로를 찾아 나섰던 한 사람의 내밀한 항해 일지입니다.

한 여름, 닫힌 철문 앞에 홀로 서야 했던 어느 사람의 이야기.

이제, 당신을 그 뜨거웠던 여름의 아파트 복도로,

굳게 닫혔던 문 앞으로 초대합니다.



우리에게는 각자의 방식으로 세상과 몸을 섞는 법이 있었다. 우리는 함께 수영을 배웠다.


나는 초반에 물에 대한 깊은 공포를 느꼈다.


숨 쉬는 것조차 버거운데, 강사는 레인 중간에 서지 말고 끝까지 가라는 무언의 압력을 가했다.


물에 들어가기 전의 극심한 긴장감, 물속에서의 숨 막히는 고통, 멈출 수 없다는 강박. 그것들이 나를 짓눌렀다.


반면 아내는 물속의 고요함을 사랑했다.


소음이 차단된 푸른 공간에서, 아내는 유려하게 물살을 갈랐고, 때로는 강사의 감탄을 자아냈다.


아내가 물속에서 느끼는 평온을 알기에, 나는 밤마다 다가올 공포를 예감하면서도 다음날이면 아내와 함께 수영장으로 향했다.


오랜 시간이 흘러, 몸과 마음의 힘을 빼야 비로소 물과 하나 되어 흐를 수 있다는 것을, 두려움이 몸을 굳게 만들 뿐이라는 것을, 나는 마침내 몸으로 깨달았다.


후에 아내는 목 통증 때문에 의사의 권유로 발레를 시작했다.



예쁜 수영복 대신 아름다운 발레복을 입은 아내는 또 다른 종류의 어려움에 직면했다.


발레 수업은 수영과 달리 실력이 다른 사람들이 뒤섞여 있었고, 먼저 시작한 이들이 보내는 미묘한 시선은 아내를 위축시켰다.


아내는 그 시선의 무게에 대해 종종 이야기했다. 나는 궁금했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곳에서 왜 그런 배타적인 시선이 존재하는가.


수영장에서는 달랐다. 비슷한 실력의 사람들이 같은 레인에서 서로를 격려하고 기다려주며 나아갔다.


서툰 호흡을 함께 가다듬고, 물에 대한 공포를 공유하며 보이지 않는 연대감을 쌓아갔었다.


아내는 발레에서도 결국 자신만의 리듬을 찾았고, 꾸준함 덕분에 몸도 좋아졌지만,


그때 느꼈던 공동체 안의 미묘한 차이, 보이지 않는 위계와 차이는 우리 기억 속에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이곳 N 아파트로 이사 오기 위해 여러 동을 둘러볼 때 입주가 가능한 물건 중에서 다른 동은 층수가 비교적 낮았다.


우리는 층수가 높은 지금의 보금자리를 선택했다. 그때의 선택에 지금도 후회는 없지만,

나중에 이 선택이 우리에게 어려움이 될지는 그때는 몰랐다.



저의 항해에 동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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