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턱 너머의 마음들
제3장. 문턱 너머의 마음들
비가 오던 날, 낡은 우산 하나가 문 앞에 놓여 있었다.
살며시 펼쳐보니, 천은 군데군데 찢어져 있었고, 손잡이는 나무 결이 들뜬 채 말라 있었다. 누군가 오래도록 쥐고 있었던 흔적이 손잡이 위에 남아 있었고, 몇 군데 바느질 자국은 이미 한 번쯤 수선을 거친 흔적처럼 보였다.
그 아래, 작고 정갈한 쪽지가 한 장 붙어 있었다.
[고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그냥, 잠시라도 맡겨두고 싶었습니다.]
나는 한동안 그 문장을 바라보았다.
사람들은 종종 묻는다. 어떻게 이런 일을 하게 되었냐고.
나는 대답하지 않는다. 아니, 못하는 걸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이 일이 시작된 그날의 기억은, 언제나 물에 젖은 종이처럼 흐릿하고,
선명한 대신 젖어 있다.
누군가를 떠나보낸 날이었고, 아무도 내게 돌아오지 않던 날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무언가를 붙잡기 시작했다.
찢어진 것들, 끊어진 것들, 버려진 것들…
아무도 다시 보지 않으려는 것들을 천천히 꿰매며,
나조차 알 수 없는 이유로 계속 이 일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사람들이 찾아왔다.
마치 내가 그들을 부른 것처럼.
수선이란, 단지 고치는 일이 아니다.
마음의 한 조각을 잠시 내려두는 일. 흘러넘치는 감정을 어디에든 걸쳐두기 위한 조용한 부탁.
이 가게는 그런 곳이다. 망가진 물건이 아니라, 버려지지 못한 사연들이 찾아오는 곳.
수선을 할 때마다 나는 손끝으로 타인의 이야기를 만진다.
헤어진 인형, 찢어진 코트, 풀어진 단추…
사람들은 그것을 들고 온다. 아무 말도 하지 않거나, 혹은 너무 많은 말을 한다.
그 사이, 나는 조용히 실을 꿰고, 천을 꿰맨다.
입을 다문 채, 그 침묵을 견딘다. 아니, 어쩌면 그 침묵이 나를 지탱해주는 건지도 모른다.
나는 한때, 모든 것을 말로 설명하려 들었다.
그게 사랑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말이 닿지 못하는 곳이 있다는 것을.
그곳에 다가가는 방법은, 어쩌면 침묵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바늘을 드는 이 시간이, 내게는 기도가 된다.
묵묵히 실을 당기며, 아주 작은 구멍들을 메우다 보면
그 안에서 들리지 않는 목소리들이 조용히 울린다.
그렇게 나는, 타인의 슬픔을 수선하며
내 안의 침묵을 견디고 있다.
사람들은 종종 묻는다. 어떻게 이런 일을 하게 되었냐고.
나는 대답하지 않는다. 아니, 못하는 걸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이 일이 시작된 그날의 기억은, 언제나 물에 젖은 종이처럼 흐릿하고,
선명한 대신 젖어 있다.
누군가를 떠나보낸 날이었고, 아무도 내게 돌아오지 않던 날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무언가를 붙잡기 시작했다.
찢어진 것들, 끊어진 것들, 버려진 것들…
아무도 다시 보지 않으려는 것들을 천천히 꿰매며,
나조차 알 수 없는 이유로 계속 이 일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사람들이 찾아왔다.
마치 내가 그들을 부른 것처럼.
비가 온 다음 날이었다.
가게 문 앞에는 작은 물웅덩이가 있었고, 그 위로 누군가의 발자국이 희미하게 찍혀 있었다.
그 흔적은 가게 문턱에서 멈췄다가, 다시 방향을 바꾸어 사라져 있었다.
이상하게도, 그 발자국은 처음이 아니었다.
그날도 그 노인은 문을 열지 않고 돌아갔다.
어깨 위에는 바랜 회색 외투, 손에는 검은 지팡이. 항상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 멈춰 서 있다가, 아무 말 없이 돌아가곤 했다. 노인은 마치, 기억이라는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며칠 뒤, 또 다른 손님이 찾아왔다.
젊은 여자였다. 말없이 가게를 둘러보더니, 입을 열었다.
“혹시, 사람의 목소리도 수선되나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작게 쓴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고개를 떨구었다.
“그럼, 그냥 구경만 할게요.”
그녀는 아무것도 맡기지 않았고, 그날 이후 몇 번이고 찾아와서는
항상 물건을 고르는 척하며,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다.
그 두 사람은, 나에게 물건을 맡기지 않았지만
나는 분명히 느꼈다.
그들 손끝에, 눈동자에, 무언가가 무너져 있었다는 것을.
나는 모든 것을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어디까지는 갈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
바느질로 꿰맬 수 없는 구멍이 있다는 걸 인정하면서도,
그 구멍을 애써 덮어보려는 마음. 그것만큼은 잃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이따금, 나는 손을 내려놓는다.
너무 오래 찢어진 천. 너무 오래 굳은 자국.
혹은, 누군가의 마음이 아직 수선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을 때.
그럴 땐 조용히 일기장 대신 노트를 꺼낸다.
가게 한 켠, **‘수선 불가’**라고 적힌 작은 공책.
그 안에는 물건 대신, 이름도 얼굴도 없는 기억들이 기록된다.
- 외투를 입은 노인, 아무 말 없이 돌아감. 7일째.
- 젊은 여자, 수선불가 질문. 침묵 후 사라짐.
- 밤에 혼자 문 앞에 오래 서 있던 그림자. 말하지 않음.
그들은 맡기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그들의 마음을 어딘가에 걸어두고 싶었다.
비록 고치지 못하더라도.. 가끔은 그런 생각이 든다. 모든 수선은 누군가가 손을 내밀 때만 가능하다는 것. 그 손이 오지 않는다면, 나는 그저 가게 안에서 조용히 바늘을 들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