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통하는 사이, 마음이 통하는 사이

당신에게 ‘같은 언어‘는 어떤 의미인가요?

by silentmoonlight

잠시 한국을 다녀왔을 때,

가장 나를 안심시킨 건 ‘하고 싶은 말을 언제든 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익숙한 말들이 귀에 박히고,

떠오르는 생각을 그 자리에서 바로 말할 수 있는 자유.

인천 공항에서 한글을 보자마자,

내 안의 긴장감이 풀려버렸다.


물론 모두가 내 말을 알아듣는 게 편할 때도,

반대로 나만 알아듣는 한국어에 몰래 기대는 순간도 있다.

나만 한국인인 공간에서 한국말로 혼잣말 하는 스릴감이란 —

조금은 유치하지만, 은근히 마음이 안정된다.


그럼에도 이곳에서 살아가며,

영어라는 장벽은 언제나 내 앞에 단단히 서 있었다.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조금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도

내 안에서만 맴도는 말들이 혀끝에서 사라졌다.

“이 말을 영어로 어떻게 표현하지?”

그 한 줄의 생각에, 입을 다물고 마는 것이다.


메시지도 마찬가지다.

한국 친구들에겐 장난스럽게 보내던 말들이,

영어가 되는 순간 진지해진다.

물론 정말로 도움이 필요할 때는

ChatGPT의 힘을 빌리기도 하지만,

그러고 나면 늘 마음이 살짝 찔린다.

“이건 내가 한 말이 아닌걸…” 하고.


그러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언어란 과연 무엇일까.


이곳에 와서 처음으로

인터넷에서만 보던 국제 결혼 커플들을 가까이서 보게 되었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이 더 깊게 와닿았다.

말이 다르면, 마음도 다르게 닿을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있는 게 정말 좋은 걸까?

아니면 조금 느리더라도, 조심스럽게 건네는 말들이

오히려 관계를 더 단단하게 만드는 걸까?


한글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도

비슷한 질문이 마음속에 떠올랐다.

부모님의 언어와 다른 말을 쓰는 이 아이들에게

언어는 어떤 의미일까.

마음만 있으면 다 전해질까?

아니면 언어로 표현되지 않는 마음은

언제나 반쯤 닫혀 있는 걸까?


같은 언어로 말을 하고, 마음을 이해하는 것.

당신에겐 어떤 의미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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