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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jonler Jan 13. 2019

프롤로그

 


 7년 전, 아무런 준비도 없이 남편을 잃었다. 갑작스럽게 그를 데려간 죽음은, 남겨진 나의 일상도 함께 가져가 버렸다. 상실감을 감당하기도 버거운 내게 세상은 결핍된 사람이라는 무거운 꼬리표를 붙였다. 결핍은 곧 죄였고 죄인에게는 슬퍼할 권리가 없었다.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늘 경청이 옳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동안 아들 잡아먹었다는 소리 안 나오는 걸 고맙게 생각해야 된다는 시댁의 말도 미망인으로서 시댁의 처분만 바라면 된다는 친정의 말도 가슴에 담고 살았다.

 그의 부모님은 두 분 다 젊은 시절에 미국으로 이민을 가신 목사님들이다. 목회 중에는, 이 땅에서의 삶은 잠시 머물다가는 나그네의 삶이기에 육신을 비롯한 지상의 모든 것은 쓸모없는 것이라고 설교하신다. 반면 삶에서는, 자연으로 돌아간 그의 흔적을 ‘데려가야’겠다며 미국으로 이장을 해가야겠다고 하신다. 한국의 차디찬 땅속에 누워있는 아들을 더는 혼자 둘 수 없다는 게 그 이유다.


 일로 드디어 깨달았다. 듣기만 하는 태도는 나에 대해 함부로 말할 권리를 타자에게 허락한다는 의미일 수도 있음을.


 가지 사실이 분명해졌다. 이제 듣기만 하는 태도를 멈추고 슬픔에 대한 권리를 말하자. 부당한 것은 부당하다고 입밖으로 꺼내보자. 사회적 통념 뒤로 숨었던 일상에 마침표를 찍고 삶을 새롭게 시작해보자.






이미지 출처: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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