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경력이, ‘물경력’ 이라고?

방송작가를 '다시' 꿈꾸며...서울로 상경하다!

by 애미라이터

58일 동안 인도를 떠돌며

내가 내린 결론은 단순했다.


방송 일을 계속하고 싶다면

서울로 가야 한다는 것.


익숙한 고향을 떠나 더 큰 물에서 나를 시험해보고 싶다는 마음.

그 갈증이 방향이 됐다.


귀국 후 두 달 정도는

소위 말하는 ‘인도병’에 걸린 채 붕 뜬 시간을 보냈다.


그 무렵, 지역 방송국 PD님에게서

“다시 함께 일해보자”

제안이 왔다.


고마운 마음이었지만,

조심스럽게 거절했다.


이미 마음은 서울을 향해 있었기 때문이다.


지방 방송국에서 본사로 가는 길은 거의 없었다.


나는 방송 3사 아카데미 출신도 아니었고

서울에 기대볼 만한 인맥도 없었다.


대신 내가 잘하는 걸 해보기로 했다.

‘맨땅에 헤딩하기’


물불 가리지 않고

서울의 외주 제작사에 약 50통의 이력서를 보냈다.


그리고 얼마 뒤,

MBC <공감, 특별한 세상>을 제작하던 한 외주 제작사에서 연락이 왔다.



“이력서는 잘 봤어요.
다만 저희는 지방 방송 경력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다시 막내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괜찮겠어요?”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2년 동안 쌓아온 시간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미 돌아갈 마음은 없었다.

고민할 여유도 없었다.


“네, 괜찮습니다.”


그리고 2009년 추석 연휴의 마지막 날,

엄마가 싸준 압력밥솥과 비상약이 든

20인치 캐리어 하나를 들고

서울행 고속버스에 올랐다.


연줄도,

인맥도 없이

눈 뜨고 코 베인다는 도시에서


나는,


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불안감이 밀려왔지만

인도에서도 살아왔는데

서울이라고 다를 건 없지 않겠나.


스스로를 설득했다.


그렇게 버스는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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